▶ 본토 올리고 北 내려 우선순위 재배치… ‘서반구 우선 원칙’ 재확인
▶ 中에 “힘의 균형” 강조하며 “괜찮은 평화” 제시…인·태 동맹 역할 촉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은 '서반구 우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군 전력을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의 우선순위에서 본토를 최우선으로 꼽는 한편, 북한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맹의 분담'을 강조한 대목도 이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 美, 당면 과제는 "본토 방어"와 "中 억제"
국방부(전쟁부)는 이날 공개한 NDS에서 서반구(남북 아메리카)를 사실상 "미 본토(homeland)"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방어를 최대 과제로 제시하는 '돈로주의'를 표방했다.
"북극에서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핵심 지역, 특히 그린란드와 아메리카만(멕시코만), 파나마 운하에 대해" 군사적·상업적 접근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과의 갈등을 촉발한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인 서반구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과 맥이 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확보를 추구하면서 그 주된 이유로 든 미국의 차세대 방공망 '골든돔' 구상은 본토 방어를 실행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서반구 내 마약테러리스트 대응", "드론 특화 조치를 통한 미 영공 방어" 등을 본토 방어 실행 요소로 꼽는 한편, 핵전력 현대화 방침도 밝혔다.
미 국방부는 "국가 전체 전략과 국방 전략에 부합하는 강력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핵무기 전력이 필요하다"며 "억제와 확산 관리에 중점을 두고 이에 맞게 우리의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새 환경에) 적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본토 방어 다음 순위로는 중국이 거론됐다. 2022년 NDS에선 중국이 1순위였다. 중국에 대해선 "대결이 아닌 힘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제한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인·태의 '괜찮은 평화'(decent peace)"를 기술했다. 중국에 대해 다소 수세적이라는 평가를 낳았던 지난해 12월 국가안보전략(NSS)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이는 압도적 힘에 의한 대중국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통해 "유리한 군사적 힘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중국과의 무력충돌을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제1 도련선(島鏈線·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따라 강력한 거부형 방어를 구축하고, 배치하며,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北 후순위, 비핵화 빠져…러시아·이란에 경계심
4년 전 NDS와 비교해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비중도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2022년 NDS는 북한을 중·러 바로 다음의 위협으로 봤는데, 이번 NDS는 북한이 이란 뒤로 '한 단계' 내려갔다.
미 국방부는 북한에 대해 "대규모 재래식 전력 다수가 노후화됐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북한의 침공 위협에 맞서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핵 공격 위험을 제기한다"고 밝혔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2022년에는 NDS와 함께 나온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명시한 바 있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전력은 재래식 및 핵무기뿐만 아니라 다른 대량살상무기(WMD)로도 한국과 일본 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러시아에 대해선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자 "이를 지속적으로 현대화하고 다양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본토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중, 우주, 사이버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위협 역시 미국 본토를 중심으로 해석한 맥락인데, "모스크바가 유럽의 패권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평가한 대목과 비교된다.
이는 미 국방부가 "우리는 유럽에 계속 관여하겠지만, 미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를 우선시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며 서반구와 중국을 우선순위에 놓은 이유기도 하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를 계기로 군사 개입이 검토되는 이란에 대해선 "수십 년 만에 가장 약화하고 가장 취약한 상태"라면서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저항의 축' 역시 "초토화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란은 최근 몇 달 동안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재래식 군사력을 재건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며 "이란 지도부는 의미 있는 협상에 응하지 않는 등 다시 핵무기를 획득하려 시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 韓·日 등 동맹국의 역할 확대 촉구…유럽에 "우크라 책임" 규정
이번 NDS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동맹을 향한 '분담' 촉구, 즉 역할 확대 요구다. 4년 전과 비교해 이를 별도로 다루면서 지역별 방어 전략에 동맹의 분담 필요성을 빼놓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유럽, 중동, 그리고 한반도에서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맡도록 하는 유인을 강화하는 것을 우선시"하되, "미군은 핵심적이지만 제한적인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향해선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US support)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억제 역시 "이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우리의 공동 방어를 위해 그들(동맹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유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을 향해선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통해 미국에 '무임승차' 했다고 지적하며, "나토 동맹국들이 유럽의 재래식 방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맡도록 유인"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유럽이) 무임승차 하도록 조장함으로써 동맹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제하거나 효과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무엇보다도 유럽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중동에선 "이스라엘이 모범적인 동맹국"이라며 "(이스라엘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이 이란과 그 대리 세력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