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 투고] 땅 끝 마을 파타고니아 여행 유감

2026-01-08 (목) 12:00:00 존 안 / LA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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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의 거칠었지만 좋은 결실도 있었던 이민 생활, 이제 안정을 찾고 은퇴할 시점이 되니 어느덧 칠순의 나이가 되었다. 일생의 버킷리스트 중 1순위였던 ‘파타고니아 여행’을 최근에, 마침내 다녀왔다. 이 여행은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깊은 고민 끝에 과감히 다녀온 여행에 대한 솔직한 후기다.

내가 선택한 여행사를 통해 계획된 10여일 일정에는 아내와 함께 두 사람이 1만 달러가 훌쩍 넘는 패키지 비용에, 여행 준비물까지 추가로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었다.

여행 목적지인 파타고니아 지역의 시작점, 푼타 아레나스에 도착하기까지 만 이틀이 소요되는, 처음부터 강행군이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까지 비행기로 약 11시간, 그리고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3시간30분을 더 이동했고,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니 이틀이 꼬박 걸렸다.


‘마젤란이 열어젖힌 바다의 통로가 남긴 유산, 바람이 깎아낸 안데스 산자락을 따라 걷기, 티에라델푸에고의 불빛 아래서 만나는 역사’와 같은 여행사의 현란한 광고 문구가 머릿속에 가득했기에, 이 정도의 피로감쯤은 별게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여행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여행 3일차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예정된 섬으로 가는 배가 출항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던 펭귄들을 만날 수 없었고 마젤란 해협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에도 오전에 아직도 비바람이 심했다. 그래서 짧은 트레킹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칠레의 소도시에 도착하는 일정이 전부였지만, 내일부터 만나게 될 파타고니아 풍경에 대한 기대에 잠을 설쳤다.

그 다음 날이 되니 이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버스만 탔다. 칠레 출국과 아르헨티나 입국에 모든 시간을 소모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도착 후 첫 날에는 천재지변이란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아무것도 못 하고 호텔에 하루 종일 머물러야 했다.

여행 7일차가 돼서야 드디어 서둘러 빙하를 구경했다. 기후변화로 더 녹아 없어지기 전에. 그 다음 날에는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 출국과 칠레 입국으로 하루를 소요했다. 그리고 하루 뒤 다시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을 이용해 15시간 비행기 타고 유난히 좁디좁은 좌석에 앉아서 미국으로 향했다. 10일차 되는 날 새벽 6시에 미국 공항에 도착하며 이번 파타고니아 여행이 마무리됐다.

이번 파타고니아 여행의 일정을 따져보니 실제 관광과 활동을 한 것은 단 이틀뿐이었다는 계산이다. 비행기로 이동하는데 총 4일이 소모됐고, 버스를 타고 국경을 출입국 하는 데만 추가로 이틀이 소모됐다. 또 강풍으로 이틀을 허비해야 했다. 오로지 이틀만 실제 관광 및 활동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파타고니아 여행이었다.

특히 이틀에 걸쳐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일정은 매우 섬뜩한 일이다. 여행에는 일정과 경비 등등 고려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는 날과 오는 날, 날씨와 검문 등에 며칠을 소요하고 나니 여행하기전 기대했던 꿈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여행사의 이득을 위한 경비 절감 목적 외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하는 의심이 든다.

내가 이 여행 후기를 쓰는 이유는, 추후에 나처럼 버킷 리스트로 올려놓은 일생일대의 여행 기회와 많은 비용을 버린 후에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존 안 / LA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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