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67년생 현역 축구선수 미우라
2026-01-08 (목) 12:00:00
이영창 / 한국일보 논설위원
카타르 도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여러 번 영광과 좌절의 순간을 경험한 무대다. 그중 뼈에 사무치는 패배는 ‘도하 참사’란 이름으로 기억된다. 보통 도하 참사 하면 2006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부끄러운 부진을 가리킨다.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꼭 잡아야 했던 상대 대만에 2대 4로 지더니, 다음 경기에선 사회인 선수가 주축인 일본 대표팀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7대 10으로 패했다.
■ 도하 참사는 축구에도 있다. 2024년 황선홍호는 도하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대회였다.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패배도 도하에서였다. 이라크가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골로 비겨 준 덕(도하의 기적)에 한국은 월드컵에 나갔지만,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에 2년 연속(1992년 다이너스티컵 결승전 패배) 진 것은 충격이었다. 그때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바로 ‘킹 카즈’ 미우라 가즈요시다.
■ 33년 전 그 미우라가 아직 현역이다. 펠레가 속했던 브라질 산투스에서 1986년 프로에 입문한 1967년생 미우라는 올해 J3리그 후쿠시마에서 40년 클럽 경력을 채운다. 홍명보보다 두 살 많고, ‘악동’ 폴 개스코인, ‘판타지스타’ 로베르토 바조와 동갑이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 매일 아침 5시 일어나 영양사가 짜 준 고단백 저지방 식단을 지킨다. 술·설탕을 삼가며 여전히 177㎝에 72㎏ 탄탄한 몸을 유지한다.
■ 장윤창, 조지 포먼, 레니 윌킨스, 헐크 호건 등 추억의 스포츠 스타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며 세월 무상을 느끼는 요즘, 적이었지만 익숙했던 그 이름이 여전히 그라운드를 지킨다는 사실만으로 반갑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공성신퇴(功成身退)도 아름답지만, “몸이 그만두라 할 때까지”(미우라) 최선을 다하는 매사진선(每事盡善)도 존경스럽다.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지금도 아들딸뻘과 함께 땀 흘리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든 노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영창 / 한국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