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소시효 쫓기는 경찰, 전재수에 역량 집중… ‘스모킹건’ 여부 관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9일(한국시간)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등을 받은 혐의로 서을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2.19 [연합]
경찰이 전담수사팀 출범 8일 만인 19일(이하 한국시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소환한 것은 예상보다 전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많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접견 조사할 때도 정치권 피의자 3명 중 전 전 장관에 대한 부분만 질문했다고 한다. 장시간 조사가 어려운 한 총재의 건강 상황을 고려해도 다소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함께 입건된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전 전 장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 전 장관을 일단 불렀지만,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전 전 장관의 혐의 사실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2018년 무렵 한일 해저터널 청탁과 함께 현금 2천만원과 1천만원짜리 명품 시계 1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금품을 받았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경찰이 주목하는 것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한 총재에 대한 '특별보고' 자료들로 알려졌다. 2018년 9월 10일 '전재수 의원이 전날 부산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언급된 부산 행사 당일 전 전 장관은 경남 의령에서 벌초를 했다는 입장이다.
2019년 1월 7일의 'TM(한학자 총재) 일정 전재수 2시'라는 특별보고도 거론된다. '가평 천정궁에서 면담하고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진술과 맥이 닿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 전 장관의 당일 행적이 부합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특별보고의 작성·보고 시점이 1월 7일 이후라는 반대 주장도 있어 입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경찰이 '뇌물'로 지목한 시계도 확보가 안 된 상태다. 애초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은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2점'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불가리 시계 1점으로 특정했다. 경찰은 천정궁에서 확보한 명품 구매 기록을 분석해 전달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나, 통일교 일각에선 구매한 명품 상당수가 윤 전 본부장 부부의 자가소비용으로 의심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 의혹을 촉발한 윤 전 본부장이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며 말을 바꾼 것은 수사에 거대한 암초다. 한 총재 역시 경찰 접견 조사에서 전 전 장관에 대한 금품 공여 의혹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결국, 전 전 장관의 강한 혐의 부인 속에서 경찰이 이들의 진술을 뛰어넘는 결정적 증거, '스모킹건'을 이날 제시할 수 있을지가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