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코프·루비오·밴스 등 측근 그룹서 여러 현안 신속결정 가능
▶ ‘관료주의 비판’ 트럼프, 기동성 우선시… ‘리스크 점검’ 논의시스템 약화 지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평화 특사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극소수의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 보도했다.
이들의 역할 범위가 러시아나 중동 등과 관련한 기존의 주요 외교 정책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타격 가능성 검토 등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소규모 측근 그룹에 의존한 의사 결정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그룹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부동산 사업 친구인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중동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포함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측근 그룹을 즉흥적으로 부르며 회의도 필요할 때마다 열고 결정은 매우 빠르게 내려진다"며 이 그룹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루비오 장관과 와일스 비서실장, 밴스 부통령이 외교 사안을 주로 관리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하는 구조이며, 헤그세스 장관도 군사 관련 최상위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28개 조항의 평화안은 윗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획이 논의되는 단계에서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이 의회를 상대로 이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이 신뢰하는 소규모 그룹을 통한 정책 결정이 기동성이 뛰어나고 관료주의가 줄어들수록 정보 유출 위험도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외교 현안에 있어 각 나라와의 협상 채널이 일관되지 않은 점은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사안과 관련해 최근 몇 달간 키스 켈로그 특사가 우크라이나와 접촉했고 러시아와의 소통은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가 담당했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이와 관련, "여러 사람이 서로 독립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그는 "모든 당사자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를 전부 알고 각자에게 무슨 말을 할지 결정하며 그 과정의 상충 관계를 조정할 한 사람이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같은 전통적 시스템이 약화하는 것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올해 들어 NSC 직원 수백명이 감축됐고, 일부 NSC 위원회도 폐지된 상태다. 그리고 NSC의 책임자였던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민간 채팅앱을 통해 군사작전을 논의한 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5월부터 루비오 국무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고 있다.
민주당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NSC 고위 관계자는 "NSC가 하는 일 중 하나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소집해 'X 문제는 고려해봤나, Y 위험은 생각해봤나'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이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측근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이스라엘과 걸프국의 일부 정상과 외교관들은 백악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높은 접근성을 가진 반면, 다른 국가 관계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식 접근법이 혼란으로 뒤덮인 것에 아무도 놀랄 필요가 없다"며 "이는 정책을 개발하고 지침을 제공하며 외국 정부와 소통하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실질적 프로세스가 없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