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년 중간선거 게리멘더링 전쟁…텍사스선 공화가 ‘고지점령’

2025-12-04 (목) 05: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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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 ‘공화에 하원 5석 추가’ 유력한 텍사스 선거구 획정안 허용

▶ 민주도 캘리포니아서 맞대응…여러 州서 동시 진행돼 혼란 커

내년 중간선거 게리멘더링 전쟁…텍사스선 공화가 ‘고지점령’

연방대법원[로이터]

연방대법원이 선거구를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이른바 '게리멘더링'을 통해 내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공화당에 힘을 실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법원은 4일 텍사스주가 마련한 새 선거구 획정안 적용을 금지한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하고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새 선거구 획정안의 적용을 허용했다.

텍사스에서는 내년 중간선거에 출마하려면 오는 8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의 명령은 새 선거구 획정안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용됨을 의미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텍사스 주의회와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지난 8월 텍사스주의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조정했고 이에 따라 공화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텍사스에서 연방 하원 의석 5개를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민권 단체들은 선거구 조정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권을 희석하는 등 법에서 금지한 인종에 기반한 게리맨더링이라고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정당 유불리 등 정치적 목적의 선거구 조정은 허용하지만, 인종차별적인 선거구 조정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전례가 있다.

하급심인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은 새 선거구가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차별한다는 민권 단체들의 주장에 동의했고, 텍사스주가 기존 선거구 지도를 써야 한다고 지난달 18일 판결했다.

텍사스주는 하급심 판결에 여러 오류가 있으며 이에 따라 내년 선거 출마자 등록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등은 이날 다수 의견에서 하급심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부적절하게 개입해 큰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텍사스주의 손을 들어줬다.

알리토 대법관은 텍사스주가 선거구를 조정한 목적은 인종이 아니라 정당 유불리로 보는 게 맞는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 성향인데 진보 대법관 3명은 이번 판결에 반발하며 소수 의견을 냈다.

선거구 조정은 텍사스 외에도 여러 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아직 어느 정당이 더 유리할지 그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해 공화당이 주의회와 주정부를 장악한 주에 선거구 조정을 촉구해왔다.

통상 선거구 조정은 10년마다 하는 인구조사 주기에 맞춰 하지만, 이번 조정은 그 중간에 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조정했다.

그러나 유타에서는 법원이 선거구 조정을 막았고, 뉴햄프셔와 캔자스에서는 주의회 의원들이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인디애나는 주의회 의원들이 처음에는 조정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조정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민주당도 맞대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텍사스의 선거구 조정을 상쇄하기 위해 민주당이 하원에서 5석을 추가할 수 있도록 변경한 새 선거구 획정안을 채택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도 선거구 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다른 주에서 진행 중인 선거구 조정도 텍사스와 마찬가지로 결국 대법원까지 갈 수 있어 앞으로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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