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원 블루앵커 재정보험 전문 에이전트
유튜브와 커뮤니티에는 “어뉴이티는 하지 마세요”라는 경고가 흔하다. 짧고 강한 문장은 때로 수백 쪽짜리 계약서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 한 줄 경고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어뉴이티(Annuity)는 회피 대상이 아니라 목적과 설계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 금융 도구이기 때문이다. 도구는 쓰임새가 본질이다. 망치로 유리를 두드리면 위험하지만 못을 박을 때는 유용하듯, 어뉴이티도 재무 상황과 은퇴 목표에 맞춰 배치되어야 제 기능을 한다.
문제는 어뉴이티를 단일 상품으로 오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MYGA(다년 확정이자), FIA(지수 연동·원금보호), 인컴 어뉴이티(평생 소득), 변액 어뉴이티(펀드 투자)처럼 기능과 목적이 다르며, 특정 유형의 단점을 전체의 결함으로 일반화하면 정확성을 잃는다. 흔한 우려를 사실로 점검하면 다르다. “돈이 10년 내내 묶인다”는 말은 어느 특정 플랜에 한해서이며, 대부분 계약은 연 10% 내외의 무해지 인출 조항을 갖추고, 2~3년의 짧은 계약 플랜들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만기를 계단식으로 나누는 ‘사다리(Ladder) 전략’으로 유동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면 된다. “수수료 폭탄” 비판은 주로 변액(Variable)에 해당하며, 확정형·지수형은 계좌에서 매년 차감되는 자산관리 수수료는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도 해지 시의 Surrender Charge는 수수료가 아니라 계약 위약금 성격이므로 구분해야 한다.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평가는 비교 기준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어뉴이티의 1차 목표는 주식형 초과수익이 아니라 원금 보장·세금 이연·현금흐름 안정이다. 오히려 은퇴 초반 하락장과 인출이 겹쳐 자산이 급속히 소진되는 시퀀스 리스크를 FIA의 ‘마이너스 차단’과 인컴 어뉴이티의 확정 소득이 완화할 수 있다.
“일찍 사망하면 회사가 다 가져간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인컴 어뉴이티는 조기 사망 시에도 수혜자가 남은 현금 계약가치의 금액을 받을 수 있는 플랜이 대부분이며, 배우자 공동생존 옵션을 통해 부부가 함께 오래도록 인컴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하니 그런 걱정을 훨씬 덜 수 있다. MYGA·FIA는 통상 계좌 잔액이 지정 수익자에게 상속된다. “보험사 파산하면 끝”이라는 불안에는 기본 실사가 답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법정 준비금 규제와 자본 요건을 준수하며, 신용등급과 재무지표를 확인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세금에 불리하다”는 말도 맥락이 빠졌다. 어뉴이티 이자는 인출 전까지 과세이연되고, 인컴 어뉴이티는 배분율(Exclusion Ratio)로 원금·이자가 섞여 과세되어 현금흐름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IRA나 401(k) 같은 은퇴 계좌 안에서 보유하는 어뉴이티의 경우 인출 시 과세되는 것은 어뉴이티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은퇴 계좌의 세금 규칙이다. “인플레이션을 못 이긴다”는 지적에는 증가형 인컴 옵션, FIA 중심의 보호된 성장, 성장자산과의 역할 분담으로 대응한다.
정리하면 어뉴이티는 만능도 금기도 아니다. 원금 보장과 세금 이연으로 안정적 축적이 필요하거나, 은퇴 후 최저 생활비를 평생 소득으로 고정해 장수 리스크를 이전하고자 하거나, 수익자 지정을 통해 probate를 회피해 상속 동선을 단순화하려는 경우 유효하다. 반면 자금 대부분이 단기 현금 수요에 묶여 언제든 전액 회수가 전제되거나, 높은 변동성과 하락 위험을 감수하며 초과수익 극대화가 최우선이라면 적합하지 않다.
결론은 명확하다. “한 줄 경고”보다 “내 계약서 한 줄”이 더 중요하다. 내 재무상황, 세금, 은퇴시계, 상속 목표를 기준으로 어뉴이티의 유형과 옵션을 조합하는 순간, 오히려 어뉴이티는 은퇴 포트폴리오의 든든한 축이 된다. “하지 말래요?”에서 멈추지 말고 “내 상황에 맞게, 어떻게?”를 묻는 순간부터 해답이 보일 것이다. 지금의 시장 환경은 이 질문을 더 시급하게 만든다. 금리가 피크아웃 후 하강 국면에 들어설 때 현재의 높은 확정 금리 조건을 적정 기간 고정하는 전략은 합리적이다. 실제로 LIMRA 집계에 따르면 2024~25년 미 리테일 어뉴이티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분기 1천억 달러를 넘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보호된 성장과 확정 인컴 수요가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임을 시사한다. 어뉴이티는 이제 “언제·왜·어떻게”의 관점에서 접근할 시점이다.
문의 (626)456-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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