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 상승에 ‘투자 대이동’… 중산층 절반 이상이 ‘주식’

2025-11-28 (금)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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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은퇴자금
▶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 아냐’

▶ 소액거래 쉬워지고 정보접근성↑
▶ 지난 5년 첫 입문 투자자 ‘다수’

집값 상승에 ‘투자 대이동’… 중산층 절반 이상이 ‘주식’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로이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식 투자가 저소득·중산층 가구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 중반을 넘어서는 모기지 금리에다 천정부지로 오른 주택 가격 등 주택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으로 바뀌면서 이들 계층이 주식 매입을 새로운 ‘부의 사다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블랙록 파운데이션과 비영리 금융기관 커먼웰스가 최근 발표한 전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중산층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이미 자본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5년 안에 투자에 처음 입문한 신규 투자자였다.


과거 주식 투자란 증권사 계좌와 상당한 초기 자본을 필요로 하는 ‘부자들의 영역’으로 간주됐다. 지금도 상위 1%가 미국 전체 주식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방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산업 변화가 시장 진입 문턱을 무너뜨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돈 몇 달러와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커먼웰스의 티모시 플래키 최고경영자(CEO)는 “이제는 1달러만 있어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없는 거래, 단주 매입, 개인 투자자 중심의 플랫폼 확산이 투자 기회를 전 계층으로 넓힌 셈이다. 온라인에는 과거 컨트리클럽과 전문지에서만 오가던 ‘고급 투자 정보’가 넘쳐난다. 유튜브와 틱톡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미 투자 인플루언서의 각축장이 됐다.

사실 주식 투자 확산의 가장 큰 배경에는 경제 환경의 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모기지 금리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중산층까지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 ‘부의 사다리’였던 주택 시장이 사실상 닫히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 속에서 최소 투자 금액이 없는 주식 시장이 새로운 자산 형성의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한다.

인베스토피디아의 케일럽 실버 편집장은 “많은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이 집을 살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주식을 통해 순자산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지난 10년간 261% 상승하며 미국인들의 투자 관심을 끌어올렸다.


설문 결과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점은 신규 투자자들이 ETF나 펀드보다 개별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접근성은 좋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이 또 ‘비상 저축’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블랙록 보고서는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만큼이나 ‘투자 지속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비용이 생기면 투자 계좌를 다급하게 현금화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베스토피디아 분석에 따르면 평균 가구는 약 3만5,000달러의 비상 자금을 갖고 있어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 재단의 클레어 챔벌린은 “비상 저축이 있어야 투자자가 시장에 오래 머물며 자산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저소득층의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부의 불평등 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금융 안정과 분산 투자 원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주식 시장이 더 이상 부자들만의 무대가 아닌 시대. 높아진 금리와 주택 가격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관문은 바뀌었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장으로부터의 새로운 기회가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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