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1.3만개 보유한 ‘R&D 메카’… “한국 제조업 탄탄” 파트너 낙점
2025-11-26 (수) 12:00:00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 미 SRI, 한국 기술상업화 거점
▶ 아이폰 시리·다빈치 수술로봇
▶ 벤처펀드 GIL 손잡고 한국 투자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로 불리는 미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기찻길 건너 스탠퍼드대와는 제법 떨어진 한적한 길가에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붉은 벽돌 건물이 눈길을 끈다. 겉보기에는 여느 공대 연구소와 다를 바 없지만 입장에 ‘정부 발급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 마우스와 액정표시장치(LCD), 음성 인공지능(AI) ‘시리’가 탄생한 장소,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의 메카, 미국 3대 기술 싱크탱크로 꼽히는 SRI인터내셔널을 20일 다녀왔다.
SRI는 1946년 ‘스탠퍼드연구원’으로 탄생했다. 한국 언론에 개방된 것은 설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SRI는 태생부터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연구해왔다. 아르파넷 외에도 최초 상용 수술 로봇 다빈치, 첫 말라리아 치료제, 세계 최초 자율이동 로봇 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1987년에는 RCA 연구소, 2023년에는 제록스 산하 PARC 연구소를 흡수하며 미국 첨단기술 연구의 중심축으로 올라섰다.
현 SRI는 스탠퍼드의 이름을 갖고 있으나 대학과는 독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베트남전 당시 군사 관련 연구를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던 탓이다. 이에 SRI는 1970년 상아탑과의 연계를 포기하고 미국 기술 패권과 안보 강화에 보탬이 되는 길을 택했다. 50여 년이 흐른 현시점에도 SRI는 미 국방부·정보기관과 가장 밀접한 연구소로 꼽힌다.
실제 이날 SRI 내부에서는 신체 증강 슈트, 폭발물 해체 로봇과 항공·우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군사 목적 활용이 가능한 분야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벤처캐피털(VC)로 유명한 인큐텔(In-Q-Tel) 출신인 토드 스태비시 SRI벤처스 부사장은 “SRI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어 내부 자원만으로 상용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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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