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3.8% 급락하고 환율은 1475원대로
▶ 엔비디아 실적에 ‘환호’ , 연준 인사 발언에 ‘찬물’
▶ 수출 주도 경제 구조, 외국인 투자 비중 높아
▶ 미국 경제와 동조화 심화…불확실성 커져

코스피가 전장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장을 마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7.7원 오른 1475.6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전날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4,0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4% 가까이 급락하며 3,800선까지 밀려났다. 또다시 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점화하면서 뉴욕 증시가 하락하자 코스피도 크게 주저앉은 것이다. 미 증시에 따라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59포인트(3.79%) 급락한 3,853.26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2.4% 하락한 3,908.7에 개장한 직후 가파르게 떨어져 3,838.46까지 후퇴했다. 코스피가 3,9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로 20거래일 만이다.
외국인은 홀로 2조8,200억 원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2조3,500억 원, 기관이 4,900억 원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무려 2조3,5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도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에 마감했다.
■ 미 연준 이사 “AI 고평가” 발언에 삼성·하이닉스 ‘털썩’지수 하락을 두고 증권가에선 간밤 미국에서 AI 거품론이 다시 대두된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AI 관련 고평가 업종을 겨냥해 “주식과 회사채를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5.77%), SK하이닉스(8.76%)를 비롯해 전기·전자 업종(6.4%)의 낙폭이 컸다.
미국의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나 주요 인사의 발언에 따라 우리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탈 정도로 동조화가 심해지면서 코스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반도체·정보통신(IT) 중심의 수출 기업의 비중이 큰 만큼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증시와 동조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AI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30%를 넘어선 상황에서 미국에서 AI 산업이 흔들릴 때마다 코스피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코스피 시장을 이끌었던 조선, 방산, 원전 업종 역시 미국 정부와의 연관성이 큰 산업인 데다 수출을 이끄는 자동차 산업도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피가 2500에서 3200까지 오르는 데는 정부의 상법 개정 등 정책적 영향이 컸다면 3200에서 4200까지는 미국의 AI 테마에 의해 급등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미국에서 AI 산업이 흔들리는 만큼 상승분을 반납한 것으로, 바닥을 다지고 다시 회복할지 아니면 추가로 하락할지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 1475.6원까지 치솟은 환율…외국인 매도 유도코스피 시총의 31%가 외국인 투자자인 것도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꼽힌다. 미국의 금리 정책, 환율 등의 변수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3조 원 이상 순매도했다.
가파른 원화 약세 역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환율 최고점을 썼던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최고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가 4%대 이상 유지되는 동안 신흥국보다는 미국 자산 선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외국인은 주식을 사기보다 손실을 피하기 위해 매도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 “외부 충격 흡수할 수 있는 시장 만들어야”시장에선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AI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만큼 당분간 코스피 역시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거품 우려와 금리 인하 불확실성에 대응할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한 점이 부담”이라며 “12월 통화 정책회의(FOMC) 전까지 관련 노이즈가 지속되며, 매물 출회와 저가 매수 자금 유입이 교차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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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