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레스 카르텔’ 테러조직 지정
▶ “마두로와 측근들이 지도부”
▶ 미, 베네수 공격 명분 쌓기 “축출시 더큰 혼란 부를수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범죄조직(카르텔)을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조직 지도부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지목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 카르텔)’를 24일부터 FTO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루비오 장관은 해당 카르텔이 “마두로 대통령을 필두로 베네수엘라 군대와 정보기관, 입법부와 사법부를 부패시킨 정부 고위 인사들의 주도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두로도, 그의 측근들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정부 정당성까지 부정했다.
미국이 FTO 지정 조직과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들 간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베네수엘라 공격을 위한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중남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범죄조직 8곳을 FTO로 지정한 이후, 카리브해에서 이들이 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무차별 공습해왔다. 행정부가 ‘의회의 명시적 허가 없이 위헌적인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도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혐의가 있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3명이 숨졌다. 미군이 수행한 ‘마약 운반선’ 공격은 이번이 21번째다. 미 국방부는 일련의 공격으로 모두 80여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향한 미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 해군은 이날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애너가다 항로를 통과해 베네수엘라 인근인 카리브해 해역으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발표한 카리브해 마약 소탕 작전 ‘서던 스피어(남쪽의 창)’의 일환이다. 제럴드 R 포드함은 당초 예정된 대로 베네수엘라와 불과 10㎞ 남짓 떨어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군사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포드 항모전단의 투입으로 서던 스피어 작전에 투입된 미 해군 함정은 10여 척, 병력 수는 1만2,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해결 수단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도중 열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마두로와 약간의 대화를 할 수 있다”며 “그들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가지 논의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미국의 군사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미국의 조치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CNN 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가 망명하거나 살해된다면 베네수엘라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마두로와 비슷한 또 다른 독재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16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