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은 신성한 영토, 통일대업 간섭하면 공격할 것” 경고…연일 고강도 비난
▶ 中총영사 ‘참수’ 발언에 日선 반중정서…中 “日, 中외교관 겨냥 위협에 대처해야”
▶ 日 “대만 문제, 대화 통한 평화적 해결이 일관된 입장”…주일 중국 대사 초치
중국 외교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을 문제 삼으며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현지시간)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13일 지시를 받들어(奉示)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召見)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수상의 중국 관련 잘못된 언행에 관해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하는 중국식 표현)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당국에서는 자국 주재 타국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외교용어 '초치'를 '웨젠'(約見·약속하고 만나다)이나 '자오젠'(召見·불러 만나다) 등으로 쓴다. 통상 '자오젠'의 수위가 더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중국 외교부가 가나스기 대사를 초치했다는 보도자료 발표 시각이 이날 오전 2시 56분이라며 심야에 초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쑨 부부장은 "다카이치 수상이 최근 국회 답변 때 공공연하게 대만에 관련된 노골적인 도발 발언을 발표하면서 대만해협 문제에 무력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는데, 이는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며 "중국의 여러 차례 엄정한 교섭 후에도 일본은 여전히 뉘우칠 생각이 없고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날 쑨 부부장은 "다카이치의 대만 관련 발언은 극도로 나쁘고, 극도로 위험하며,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라면서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심각하게 파괴했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심각하게 상처 입혔다. 14억 중국 인민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또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고, 손대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이자 한계선"이라며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이고 대만 사무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쑨 부부장은 "80년 전 용감한 중국 인민은 14년의 혈전을 거쳐 일본 침략자를 물리쳤다. 80년 후의 오늘날, 누구든 어떤 형식으로든 감히 중국의 통일 대업에 간섭하려 든다면 중국은 반드시 정면으로 공격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이 역사적 죄책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즉각 잘못을 시정하며, 악성 발언을 철회하고,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지 않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든 후과(나쁜 결과)는 일본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와 관련해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가나스기 대사가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 취지와 일본 정부 입장을 재차 설명하고 명확하게 반론했다"며 "어쨌든 대만을 둘러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게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은 1972년 일중 공동성명 그대로이고 변경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중국이 연일 고강도 비난을 쏟아내고 일본 내부에서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쉐젠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지난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한 듯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위협성 글을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중국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것은 물론 외교관 추방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거론되는 등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도 "쉐젠 총영사의 글은 재외공관장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해 강력히 항의하고 중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쉐젠 총영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중국 측에 양국 관계의 큰 방향성에 영향이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을 취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아울러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 사무차관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쉐젠 총영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항의하고 중국에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고 외무성은 밝혔다.
외무성은 우 대사가 중국측 입장에 입각해 발언했지만 후나코시 차관은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반론을 했다고 덧붙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도쿄 주재 중국대사관이 반중 정서 고조를 우려해 직원들에게 외출을 삼가라고 지시했다는데, 외교부는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일부 일본 정객과 매체는 의도적으로 (쉐 총영사의 발언 등을) 선전하고 이목을 현혹하며 초점을 옮기는데, 이는 무책임하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일본 우익 세력과 일본 온라인에서는 중국 외교관을 겨냥한 극단적이고 위협적인 발언이 있어 중국은 매우 우려하고 있고, 일본이 엄중히 대처·조사·억제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