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갈등 4월 이후 최고
▶ 강달러에 서학개미 머니 무브
▶ “당국 개입 경계감 커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대로 상승한 13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고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치솟으며 1,480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지며 코스피는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일시 정지) 해제라는 호재에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원 오른 1,467.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았던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 환율은 1,475.4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기준으로도 4월 9일(1,487.6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이 다시 매파적인 금리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강달러 기조가 심화한 여파로 분석된다. 여기에 일본 엔화 가치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원·달러 환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10월 국제금융 외환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금리인하는 예상에 부합했으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12월 인하는 확정된 바 없음’이란 발언과 금리 동결 소수의견이 존재하는 등 매파적인 결과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며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기인하면서 엔화가 약세인 점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서학개미들의 ‘머니무브’도 달러 수요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국 개인 투자자가 10월 중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총 68억1,000만 달러(약 10조50억 원)로, 9월(27억7,000만 달러)보다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 만큼 달러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자 1,480원까지 상방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요인으로 환율 레벨이 상승한 만큼 다음 상단은 계엄 당시 전 고점 수준(1,480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 강세 폭 대비 원화 약세 압력이 이미 누적된 만큼 상단에 가까워질수록 당국 개입 경계감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이 한국 증시에 언제든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1,470원대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라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 달러로 환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수 있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약 7조8,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41.3원이 상승했다.
외환 당국은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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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