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빠진’ 남아공 G20…미·중·러 정상 불참하는 첫 회의

2025-11-13 (목) 1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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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의장국 美 정상회의 ‘보이콧’도 유례 없어

▶ 남아공 대통령 “美, 최대 경제국 역할 포기하는 셈”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한다. 1999년 G20 창설 이래 연례 정상회의에 이들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가 오는 21∼23일 남아공을 방문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20차 G20 정상회의(22∼23일)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전에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리창 총리를 대신 참석 시킨 것은 2023년 인도 뉴델리 회의 때뿐이었다.


2012년 11월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시 주석은 이듬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한 뒤 꾸준히 이 회의에 참석해왔다. 다만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회의나 이듬해 이탈리아 로마 회의 때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칙령으로 막심 오레쉬킨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푸틴 대통령 대신 대표단을 이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남아공 G20 정상회의 불참 방침을 전하며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킨 이후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리 참석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 가능성 때문에 지난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2023년 8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도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G20 정상회의 불참 방침을 밝히며 앞서 예고했던 JD 밴스 부통령의 회의 참석마저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남아공에서 G20 회의가 열리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올해 G20 회의에 미국 당국자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인 아프리카너스가 남아공에서 땅·농장 몰수, 살인·폭력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거듭 주장한다. 지난 5일에는 한 연설에서 "남아공은 더 이상 G그룹에 속해선 안 된다"며 G20 퇴출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백인 학살 의혹' 추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백인 학살 의혹' 추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남아공 정부는 이에 "아프리카너스가 박해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인종과 민족적 분열에서 민주주의로 나아간 여정을 바탕으로 G20 내에서 진정한 연대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며 남아공의 G20 개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등 주요 회원국 정상의 불참으로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치르는 이번 행사의 빛이 바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가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불참하고 외무장관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내년 G20 의장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남아공에서 의장국을 넘겨받아야 한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것도 유례가 없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전날 미국의 G20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우리는 (G20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미국이 불참하면 그들만 손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러 측면에서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서 수행해야 할 매우 중요한 역할도 포기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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