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 15분만 계속 걸어도 수명이 늘어난다”

2025-11-13 (목) 12:00:00 By Gretchen Reynolds
크게 작게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걷기는 가장 흔하지만 가장 부족한 운동방식

▶ 연속 걸어야 효과… 심장질환 위험 절반으로
▶ 총 걸음수보다 ‘끊기지 않는 지속시간’ 중요

하루에 10~15분 정도를 연속해서 걷는 것이, 하루 종일 짧게 나누어 걷는 것보다 건강과 장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월에 발표된 이 연구는 사람들이 매일 걸음을 어떻게 모으는지(즉, 걷는 방식의 패턴), 하루에 몇 걸음을 걷는지, 그리고 이러한 일상적 활동 패턴이 심장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연구에 참여한 중장년층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 걸음을 15분 이상 연속으로 걸은 사람들은 한 번에 그렇게 오래 걷지 않는 사람들보다 가까운 시기에 심장 질환이 생길 확률이 약 절반 정도 낮았다. 또한 이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수년 동안 어떤 원인이든 사망할 확률도 더 낮았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신체활동·생활습관·인구건강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이마누엘 스타마타키스는 “신체 활동에 관해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 활동이 어떤 ‘패턴’으로 이루어지는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스타마타키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을 비롯한 이전의 연구들을 토대로, 적은 양의 신체 활동이라도 그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탐구해왔다. 동시에 이번 결과는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움직이지 않는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사람들이 걷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최대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걷기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가장 흔한 신체 활동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충분히 걷지 않는다. 현재의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은 주당 최소 150분의 중등도 활동, 즉 빠른 걸음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75~80%는 신체 활동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즉, 이들은 권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상당수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마타키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아주 짧은 움직임조차도 건강에 더 유익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과거 연구들에서는 짧은 일상 활동(예: 집안일)의 속도를 약간만 높여도 심장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조금 더 강도 있게 움직이는 것이 일상적인 동작을 건강에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청소기를 더 힘차게 돌리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활동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을까? 연구진은 그 가능성을 탐색했다.


▲ 15분 연속 걷기가 가장 효과적

이를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3만3,560명의 남녀(대부분 60대) 기록을 분석했다. 모든 바이오뱅크 참가자들은 가입 시 상세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많은 이들이 일주일 동안 활동 추적기 착용했다.

연구진은 “정기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 하루 평균 걸음 수가 8,000보 이하인 참가자들을 선별했다. (대부분은 훨씬 적었다.) 또한 심장 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만 포함했다.

연구자들은 활동 추적기 데이터를 이용해 참가자들을 ①하루 중 가장 긴 걷기 시간이 5분 이하 ②10분 정도 ③15분 이상 연속해서 걷는 사람들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에 대해 이후 약 10년간의 사망 및 입원 기록을 추적하여, 누가 가장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았는지를 교차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하고 일관됐다. 15분 이상 연속해서 걸은 사람들이 심장마비나 다른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가장 낮았으며, 다른 그룹보다 생존율도 높았다. 10분 정도 연속해서 걷는 사람들도 5분 이하만 걷는 사람들보다 심장 질환 위험이 낮고 더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효과는 하루 동안 걷는 총 걸음 수가 비슷하더라도 유지됐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더 긴 연속 걷기가 짧은 걷기보다 사람들의 심혈관 및 대사 시스템을 의미 있게 활성화시켜 신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 운동과학자 대런 워버튼 교수는 “이는 신체 활동의 중요성을 한층 더 깊이 조명하는 매우 통찰력 있고 중요한 역학 연구”라고 평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 아무 활동도 안 하는 것보단 뭐든 하는 게 낫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correlation)를 보여준 것이지 인과관계(causation) 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즉, 더 오래 걷는 사람들이 단순히 건강에 더 관심이 많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더 좋은 경우일 수도 있다. 이런 요인들이 걷는 시간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연구 결과는 특히 걷는 양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졌다. 하루 5,000보 미만을 걷는 사람들이라도 그중 일부를 10~15분 연속 걷기로 채운 경우, 심장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하루 8,000보에 가까운 사람들은 동일한 15분 걷기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즉, 평소에 거의 걷지 않는 사람이 가끔이라도 길게 걷는다면, 일반적으로 자주 걷는 사람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 연구의 진짜 교훈은 단순하다. “그냥 더 걸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더 많이 걸을 수 없거나, 같은 걸음 수로 더 큰 효과를 얻고 싶다면, 가끔은 조금 더 길게 걸으라.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의 역학 전문가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이민 리 교수는 “다른 연구들에서도 ‘얼마나 많이 움직이든, 그 자체로 좋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어 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한 번에 10분 이상 걸어보라”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활동량이다. 걷는 패턴보다는 총 활동량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By Gretchen Reynolds>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