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카에다’ 출신 시리아 대통령, 백악관서 트럼프 만났다

2025-11-1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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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 비공개 정상회담
▶ 시리아 제재 180일 유예

▶ 이스라엘 안보 외연 확대
▶ 이란 고립전략 강화할 듯

‘알카에다’ 출신 시리아 대통령, 백악관서 트럼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9·11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출신의 시리아 지도자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리아의 최고지도자가 워싱턴 DC 백악관에 초청된 것은 시리아가 건국된 1946년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 2시간 가까이 비공개 정상회담을 가졌다. 알샤라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소속으로 여러 해 동안 이라크의 미군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다만 알샤라 대통령은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한 뒤 지난해 12월 시리아를 오랫동안 철권통치한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데도 앞장섰다. 주요 외신은 알샤라 대통령의 방미가 수십 년간 국제 제재로 고립된 시리아가 서방과의 협력·개방을 꾀하는 상징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날 시리아의 재건 사업을 촉진하겠다며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알샤라 대통령을 만나 제재 해제를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를 적극 포용해 2020년부터 자신이 주도해 온 ‘아브라함 협정’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와 알샤라의 만남을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고 평가하며 그 배경과 의미를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며 알샤라 대통령의 이력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뒤 “힘든 과거가 없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알샤라 대통령은 매우 강한 지도자”라며 “시리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복잡한 이력을 지닌 그를 트럼프 대통령이 조용히 환대한 것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부를 무너뜨린 뒤 서방에 손을 내밀고 있는 시리아를 미국이 외면할 경우 알샤라가 러시아나 이란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구 진영이 시리아를 포섭하면 이란을 고립시킬 수 있고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알샤라 대통령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처지다. 시리아 재건을 위해 서방 동맹국인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알샤라가 이념보다 권력에 관심이 많은 실용주의자라는 점도 미국의 구미를 당겼다는 분석이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한때 ‘크리스마스’ 행사를 금지하고 소수 종교를 탄압했던 이슬람 근본주의자였지만, 최근 기독교인들에게 사과하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튀르키예의 권유로 미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과 은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 일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그를 서방의 ‘정보원’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백악관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시리아가 대외적으로는 손을 잡았으나 실질적인 관계 회복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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