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드·가맹점… 반독점 소송 합의

2025-11-12 (수)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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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용·프리미엄 등

▶ 업체에 카드 선택권
▶ 수수료도 소폭 인하

앞으로 소매업체들이 높은 결제 수수료를 물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신용카드를 거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비자·마스터카드가 20년간 이어져온 상인들과의 반독점 소송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합의는 ‘비자의 신용카드를 하나라도 받는 가맹점은 모든 비자 카드를 받아야 한다’는 신용카드 업계의 규칙을 깨며 처음으로 금기를 넘는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신용카드사와 은행들은 그동안 가맹점들에 ‘모든 카드를 수락하라’(honor all cards)란 규칙을 강제하며 결제 수수료가 높은 특정 카드만 골라 거부할 수 없도록 해왔다. 일반 신용카드를 받는다면 수수료가 훨씬 높은 프리미엄 카드나 리워드(보상) 카드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점들은 이런 행태가 반경쟁적이라며 2005년 소송을 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 수수료는 미국에서 통상 구매 금액의 2∼2.5%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수수료를 정해 가맹점에게 받은 뒤 카드를 발급한 은행에 이를 지불한다. 은행들은 이 수수료 수익으로 결제액의 일부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나 캐시백, 기타 특전으로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리워드 카드의 발급을 늘려왔다.


대형 가맹점들은 ‘모든 카드 수락 규칙’을 깨뜨리려 여러 해 동안 싸워왔고, 이 합의는 이들에 상징적인 승리라고 WSJ은 지적했다.

합의에 따라 앞으로 신용카드는 상업용·프리미엄·소비자용 등 세 범주로 나뉘며 가맹점은 이 중 수락할 범주를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리워드 혜택이 많은 항공사·호텔 제휴 카드나 연회비가 수백달러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거절당할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카드를 거부했다가 고객을 화나게 하거나 매출을 놓칠 수도 있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 합의안에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포함됐지만 전미소매연맹(NRF)과 가맹점들은 인하폭이 여전히 낮다고 불만이다. 향후 5년간 수수료를 0.1%포인트 인하하고 소비자용 카드 수수료율도 8년간 최대 1.25%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사업체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이 수수료는 지난해 830억달러로 5년 새 71%나 증가했다.

최근 일부 한인 업소를 비롯, 많은 소매업소들이 크레딧카드 결제 시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해오는 경우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번 합의는 앞으로 뉴욕연방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카드사와 가맹점들은 비슷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일부 가맹점 측 변호인들이 반대하면서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합의안에도 일부 대형 가맹점과 상인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어 20년간 이어진 법적 다툼이 종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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