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보, 우리도 이민 갈까”…새로운 자금 피난처로 ‘이 나라’ 택한 中 부자들, 왜?

2025-11-11 (화) 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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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이민을 하려는 중국의 부유층들이 싱가포르 대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유한 중국인 투자자들이 기존 선호지역이던 싱가포르 대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프라이빗 뱅커와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1년 사이 “패밀리오피스”를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설립해 거주 자격을 확보하고 자산을 재배치하려는 중국 고객들의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고 전했다.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개인 투자회사로, 특정 국가에 이를 세우면 영주권 또는 시민권 취득이 수월해지는 방식이다.


UAE는 투자자와 전문직을 대상으로 ‘황금비자’를 발급하는데, 해당 비자를 취득하면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공개된 최신 통계에 따르면 황금비자 발급 건수는 2021년 4만7000건에서 2022년 8만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싱가포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마이크 탄 글로벌 자산관리·가족자문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동아시아 고객들의 두바이 이주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인들이 패밀리오피스를 활용해 “거주 자격을 얻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걸프 지역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두바이 역외금융센터 내 가족 관련 기관 수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00개로 2023년 600개, 작년 말 800개에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업계는 이 증가분 상당수가 중국 부자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기반 자산관리사 ‘라이트하우스 캔톤’의 프라샨트 탄돈 UAE 사업부 상무이사는 “중국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중국어 가능한 금융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산 규모가 “5000만∼2억달러(한화 약 727억∼2907억원) 수준인 ‘중간층’ 부호들이 가장 많이 UAE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사업가적 성향이 강해 중국 본토나 홍콩에서 사업하는 데에 압박을 느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 보유한 자산을 UAE로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민 컨설턴트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영주권·시민권 승인 비율이 약 8% 수준에 불과해 진입 장벽이 높은데, 최근 중국 푸젠성 범죄조직과 연계된 대규모 자금세탁 사건 이후 심사가 더 엄격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UAE는시민권을 따기 쉽고 세금 규정도 온건해서 중국 부호들이 자산을 옮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두바이에서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돕는 자산관리업체 M/HQ의 얀 므라젝 파트너는 많은 중국인 가족이 "UAE에 재투자하려고 싱가포르의 부동산을 매각했다"며 "싱가포르는 패밀리오피스 설립과 취업 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만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기는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관련 정책도 중국 부자들의 UAE행에 한몫하고 있다. 두바이에서는 규제당국의 허가를 취득한 가상화폐 기업이 39개에 이르지만 싱가포르는 올여름부터 무허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싱가포르의 자산관리업체 라이즈프라이빗의 케빈 텅 대표는 "가상·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중국 고객들은 현지 규제 당국이 얼마나 우호적인지 살펴보고 있으며 갈수록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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