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측근 스터파닉, 현직 호컬에 도전
▶ 여성 후보간 대리전 성사 가능성 가시화
▶ 극우-극좌 거부감 자극 중도층 포섭 시도

민주당의 캐시 호쿨(왼쪽) 현 뉴욕 주지사와 공화당의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 [로이터]
내년 뉴욕 주지사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79)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34) 뉴욕시장 간 여성 대리전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상대 진영 대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의 극우(트럼프) 또는 극좌(맘다니) 유명세를 선거 유세에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둘 다 여성인 민주·공화 양당 유력 주자가 공통적으로 드러내면서다.
뉴욕주가 지역구인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터파닉 연방하원의원 지난 7일 내년 11월 실시되는 뉴욕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분류되는 그는 당내 경쟁자가 딱히 없는 상태다. 전국과 뉴욕주 공화당 지도부 모두 일찌감치 그를 지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의 본선 상대는 재선을 노리는 현직 주지사 캐시 호컬로 정해질 공산이 크다. 자신이 지명한 부지사 안토니오 델가도가 민주당 경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현직 쪽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뉴욕주 북부 시골 출신인 스터파닉은 올해 41세인 젊은 축이지만 6선 의원이다. 최연소 여성 연방 하원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2014년 당시 나이가 30세에 불과했다. 2023년 말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아이비리그 명문대 학생들의 반유대 움직임을 방치했다며 총장들을 거칠게 추궁해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공화당 하원 우세 유지를 이유로 철회되기는 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대 주유엔 대사로 내정되기도 했다.
상징적 여성 정치인인 것은 첫 여성 뉴욕주지사인 호컬도 마찬가지다. 2021년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주지사가 성추문으로 사퇴하자 부지사였던 그가 자리를 승계했고 이듬해 선거에서 현 연방 환경보호청(EPA) 청장인 공화당 후보 리 젤딘을 눌렀다. 나이는 올해 67세로 적지 않다.
두 주자의 선거 전략은 뼈대가 같다. 8일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4일 선거에서 주택 임대료 동결, 무료 버스, 무상 보육 등 급진 진보 공약을 내걸고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맘다니와 호컬을 적극적으로 묶어 우파를 결집하고 무당파 및 민주당 중도파 유권자를 포섭한다는 게 스터파닉의 구상이라고 소개했다. 5일 엑스(X)에 “호컬은 공산주의자들에게 굴복할 것”이라고 쓴 스터파닉은 7일 호컬과 맘다니가 선거 유세에서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스터파닉이 기대하는 것은 호컬의 진퇴양난 처지다. 맘다니는 공약 이행 지원을 부자 증세로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컬이 증세에 찬성하면 무당파와 온건파 유권자를, 반대하면 맘다니에 매혹된 진보층을 각각 상실하리라는 게 스터파닉 측 예상이다.
그러나 ‘강성 마가(MAGA)’ 극우를 자처하는 스터파닉도 호컬과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8일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결속력을 유지할 경우 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무당파·중도 성향 뉴욕 유권자를 붙잡기 힘들고, 그를 멀리하면 마가 세력을 잃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호컬은 7일 스터파닉과 트럼프 대통령 간 동맹 관계를 강조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그(스터파닉)는 항상 트럼프를 당신(유권자)보다 우선할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일단 둘 다 역풍 먼저 걱정하는 모습이다. 스터파닉은 출마 선언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고, 호컬도 당선 축하용 X 게시물 말고는 맘다니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에게 12%포인트 차이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