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새 가이드라인은 비은행에도 문호…CBDC에 부정적

[연합]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아닌 전임 바이든 정부 방침을 근거로 은행 중심 코인 발행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한국시간)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백서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고려사항' 중 첫 번째로 '은행권 중심 도입'을 꼽았다.
한은은 이 대목에서 "일부 정책기관, 학계 등의 논의에서는 높은 규제 수준 및 보호장치를 갖춘 부보 예금기관 등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주로 "미국 PWG는 2021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감독, 건전성 규제, 금융안전망 적용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부보 예금기관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PWG는 미국 대통령 직속의 금융 실무 그룹(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PWG 보고서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발간된 것으로, 미 정부 방침이 정권 교체 후 정반대로 뒤집힌 상태라는 점은 백서에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PWG(President's Working Group on Digital Asset Markets)는 지난 7월 30일 새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전임 정부의 보수적 접근법을 정책 실수로 규정하고, 미국을 '가상자산의 세계 수도'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혁신적 사고방식을 권고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은행에도 발행을 허용하되 주 단위의 면허 취득 의무를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더 나아가 한은 등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CBDC의 소매 사용은 민간 부문에 큰 위험을 초래한다. 개인의 경제적 및 프라이버시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미국 내외에서 CBDC의 확립, 발행, 홍보를 위한 조치를 해선 안 된다. CBDC 채택을 금지하는 입법을 지지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미 백악관의 최신 보고서 발간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기존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유효하지 않은 보고서를 부각하고, 새 보고서를 고의로 누락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은 향후 원화 코인 제도 설계의 최대 쟁점 중 하나다.
금융안정을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자본시장 기반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국회 입법 논의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