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UN 인권심의 불참… “중국·베네수 훈계들을 생각 없다”

2025-11-08 (토) 09: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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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이스라엘 이어 두번째… “미국이 마련한 절차에서 스스로 멀어져”

미국이 인권 상황을 동료 유엔(UN) 회원국으로부터 심의받는 인권 회의에 불참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 소재 UN 유럽본부에서 7일 보편적 인권정례검토(UPR) 회의가 열렸다.

UPR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 약 5년마다 돌아가면서 자국의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으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다.


하지만 이날 미국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회원국의 회의 불참은 2008년 UPR 제도가 시작된 뒤 2013년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UN 창립 회원국이자 개인 자유의 옹호자"라며 "중국·베네수엘라·수단과 같은 국가로부터 훈계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회의에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강제 항공 송환, 성소수자(LGBTQ) 권리 후퇴 등이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8월 이미 UPR 불참 방침을 정하고 이를 UN 인권이사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내야 하는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미국은 2020년 트럼프 1기 당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지만 UPR 회의에는 참여했었다.

국제앰네스티(AI)는 미국의 불참을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인권 재단의 선임 변호사 세라 데커는 로이터에 "미국의 불참은 트럼프 정부에서 매일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AFP에 "미국이 주도해 마련한 UPR 절차에서 미국 스스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는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돼 한숨을 돌렸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에 "긴장한 나토 동맹국들에 미국의 불참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축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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