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호기 양쪽 4, 6호기도 하부 지지층 제거로 ‘위태’
▶ 생존자 확인했으나 붕괴 우려로 중장비 투입 불가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해체 중 붕괴 사고로 매몰된 7명 가운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으로 추정되는 2명을 포함하면 총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해체 과정에서 아래쪽 지지대를 먼저 제거한 탓에 추가 붕괴 우려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존이 확인된 작업자도 결국 숨지는 등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7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 53분쯤 매몰자 김모(44)씨가 숨졌다. 그는 전날 오후 2시 2분쯤 사고 이후 매몰 위치와 생존을 확인한 유일한 노동자다. 발견 당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지만, 구조가 늦어지면서 사고 발생 15시간 만에 사망했다. 구조대원은 잔해와 땅 사이 틈에 팔 부위가 끼인 김씨를 구하기 위해 12차례 이상 접근해 이불도 건네주고 진통제를 놔주는 등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끝내 구조되지 못한 상태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급지도 의사는 김씨의 사인을 혈전으로 인한 패혈증, 전해질 이상, 복강·흉부 손상에 따른 내부 출혈 등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울산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이날 오후 “아직 사망자(김모씨)를 꺼내지는 못했다”며 “현장에 석면, 유리섬유 등이 굉장히 많이 흩어져 있는 데다 공간도 협소해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헤쳐 가며 구조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김씨와 함께 구조하던 매몰자 1명과 이후 발견된 매몰자 3명 중 H빔 철골골조에 깔려 있는 1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구조된 다른 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소방 당국은 2차 붕괴 사고를 우려해 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하는 대신 구조대원을 잔해 내부로 들여보내 인명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구조견을 비롯해 음향탐지기, 열화상카메라, 내시경 등 각종 탐지장비가 투입됐지만 이날 오후 기준 실종자의 위치 파악도 하지 못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추가 수색에 필요한, 시설물 구조가 담긴 보일러 타워 설계도를 확보해 소방청에 제공했지만,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무너진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쪽으로 30m 간격을 두고 서 있는 4, 6호기도 2차 붕괴 우려가 큰 탓이다. 구조대원들은 잔해물 사이 좁은 틈에 직접 들어가 철근을 절단하고, 땅을 파내는 방식으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소방당국은 4, 6호기를 주변 굴뚝에 쇠줄로 묶어 고정한 뒤 크레인을 투입해 5호기를 들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음 주 발파작업을 앞두고 4, 6호기도 쉽게 무너뜨리기 위해 이미 하부구조물을 모두 뜯어냈던 터라 작은 진동에도 흔들릴 수 있어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높이 70m에 달하는 타워를 '필로티(저층 개방 구조)'처럼 철제기둥 4개가 겨우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만난 중장비업체 관계자는 “큰 장비가 오가면 진동으로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통 철거는 위에서 아래로 이뤄지는데,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아래쪽부터 다 뜯어내고 한꺼번에 무너뜨리려고 한 것 같다. 철거현장을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위험한 작업 방식은 드물다”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은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과학수사계·디지털포렌식계 등 70여 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피해자 구조와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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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김정혜·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