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렘린궁, “계속 외무장관 임무 수행 중” 진화
▶ 미러 정상간 회담 합의했지만 외교수장 접촉 뒤 무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로이터]
21년간 러시아 외무부를 이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보도가 나와 러시아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잃었다는 소문에 "현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물론 라브로프 장관은 외무장관으로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004년 3월부터 21년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맡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을 둘러싼 소문은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대면 회의에 라브로프 장관이 불참하면서 불거졌다.
이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시험 재개 발표에 대응해 러시아도 핵무기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현안을 다룬 회의에서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인 라브로프 장관이 빠지자 추측이 분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상임위원 중 라브로프 장관만 불참한 것이 사전에 조율된 일이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러시아 반정부 성향 독립언론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이 크렘린궁의 신임을 잃으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러시아 대표단장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라브로프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한 이후 미·러 정상의 헝가리 부다페스트 회담이 무산된 여파로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전화 통화에서 부다페스트에서 회담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같은 달 20일 라브로프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후속 조치를 위해 통화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며 회담 취소 의사를 밝혔다.
서방 언론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이 루비오 장관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자 미국이 정상회담에서도 평화를 위한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루비오 장관 관련 보도에 대해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다른 매체들이) 이러한 주제를 계속 재탕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이 연말 전에 열릴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떤 예측도 하기 어렵고 어떤 예측도 근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