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APEC 본회의 개회사
▶ 서로 다른 목소리로 조화·상생 길 찾기
▶ 美 반대 땐 빛바랜 ‘경주 선언’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회를 알리며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심화와 각국 간 안보·경제 이해 충돌로 자유무역 질서가 위협받는 가운데 공동 번영을 위한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본회의 개회사에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 APEC 의장 자격으로 회원국 정상이 참여한 1세션을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APEC 21개 회원국 정상 및 대표를 포함해 칼리드 빈 모하메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왕세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1세션 주제인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에 맞춰 다자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가 같은 입장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힘을 합쳐 공동 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주를 수도로 삼은 신라의 '화백 정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틀간 논의가 펼쳐질 이곳의 이름은 화백컨벤션센터"라며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협력과 연대, 상호신뢰의 효능을 증명한 APEC 정신이 경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세션 논의 결과는 이튿날인 11월 1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세션 주제는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태평양 비전'으로, 올해 APEC 정상회의 논의 결과를 압축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정신을 담은 '경주 선언'이 도출될지가 관심사다.
, 자국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의 반대가 있을 경우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표현은 빠진 채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였던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서 보호주의 무역 기조에 대한 미중 갈등으로 공동선언이 불발된 전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 업무 오찬도 가졌다. 이 대통령은 ABAC에 “한국이 APEC 의장국으로서 서비스, 디지털 경제, 투자 활성화, 구조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간 합의된 사항들의 이행을 점검하겠다”면서 “견고한 민관 협력을 통해 모두가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력이 모여 한국 경제는 성장과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