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성훈 증언 때마다 쳐다본 윤… 특검 ‘김건희’ 호칭에 “여사 붙여라”

2025-11-01 (토) 12:00:00 조소진·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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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체포 방해’ 5차 공판
▶ 비화폰 삭제 지시 놓고 진실공방
▶ 증인 김성훈, 윤 대면하자 말 흐려

▶ 퇴정 후 고개 숙이니 윤 “고생 많다”
▶ 김건희-김성훈 메시지 공개 도중, 윤 “김건희가 뭐냐” 호칭에 ‘발끈’

김성훈 증언 때마다 쳐다본 윤… 특검 ‘김건희’ 호칭에 “여사 붙여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

-특검: “증인, ‘저를 비롯한 경호처 직원들은 모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영장 집행을 막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김성훈: “제가요? 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생소한 문구다 보니까…”

-특검: “그럼 ‘운명’ 이런 표현을 검사가 넣었다는 말인가요.”


=김성훈: “’경호처의 존재는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운명’ 이런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렸던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마주하자 특검에서 진술했던 내용을 미묘하게 바꿨다. 이날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이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 삭제를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이 증언할 때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특검 측은 모두 ‘비화폰 삭제 지시 여부’를 두고 다퉜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비화폰 통화내역 등을 삭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첫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에게 “네가 통신 잘 안다며.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두 번째 전화에선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아무나 열어보는 게 비화폰이냐. 조치해야지?”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전 차장은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보안 조치’를 지시하며 ‘대통령의 지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경 전 본부장과 이진하 전 본부장 등은 당시 김성훈 전 차장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사령관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 전 차장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삭제 지시가 아니라, 보안 조치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폈다. 증인신문 도중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얻은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 기록은) 이틀 만에 삭제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화내역이 남아 있었다”며 “경호 목적 때문에 상당 기간 (기록을) 갖고 있고, 삭제 이런 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경호처 내부에서 통상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한다. 경호처 실무진들은 비화폰을 로그아웃하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지시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행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과 김건희 여사가 주고받은 텔레그램이 증거로 제시되자 발끈하기도 했다. 특검 측이 증거를 설명하며 ‘김건희’라고 발언하자, 윤 전 대통령은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며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4년 12월 말 주고받은 텔레그램에는 김 여사가 “V(윤 전 대통령 지칭)가 염려한다” “특검법 때문에 영장 집행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보내자, 김 전 차장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압수영장이니 체포영장이니 다 막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이 같은 대화 내용이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조소진·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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