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네수엘라 “美, 자국 군함 공격 뒤 우리에게 덤터기 가능성”

2025-10-27 (월) 0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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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미국과 스페인·베트남 간 전쟁 계기 된 사건들 소환하며 ‘경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의 미군 '자해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위장 작전(false-flag operation)을 세우고 있다"며 "트리니다드토바고에 배치된 미군 군함을 스스로 공격한 뒤 이를 우리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떠넘겨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게 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은 서방 국가에 본사를 둔 소셜미디어 플랫폼 대신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의 텔레그램과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을 주요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그러면서 과거 미국 정보당국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메인호 침몰 사건과 통킹만 사건을 거론했다.

1898년 2월 15일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 아바나항에서 발생한 메인호 폭발 침몰은 미서(미국-스페인) 전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당시 미국 측은 스페인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침몰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통킹만 사건은, 미국이 베트남전에 직접 참전하는 계기였다. 1964년 통킹만 일대에서 미국 구축함이 북베트남군 공격을 받았다는 게 당시 미국 정부 발표였는데, 1971년 대니얼 엘즈버그 등에 의해 폭로된 '펜타곤 페이퍼'(국방부 내부 문서)에는 통킹만 사건 일부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우리는 미국에서 저지를 수 있는 은밀한 작전과 연계된 범죄 조직을 해체하고 있다"면서 "트리니다드토바고는 CIA 의제에 휩쓸리든, 평화의 편에 서든 결정해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가까운 해안선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불과 11㎞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카리브해 섬나라 중 대표적 친미 성향 노선을 취하고 있다. 현재 미 군함이 트리니다드토바고 항구에 입항해 있는 상태다.

베네수엘라 석유부 장관은 별도로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공동 가스개발 프로젝트 협력 협의 중단을 대통령실에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작전을 백악관에서 승인했다는 취지의 미국 언론 보도와 관련, 작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까지 노리고 있다는 관측을 낳게 하는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 수출길 차단을 비롯한 일련의 경제 제재를 유지하면서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에서 여러 차례 '마약 운반선'이라고 주장하는 선박을 향한 공격을 수행했다.

다만, 이 공격은 모두 공해상에서 이뤄졌다. 베네수엘라 영해나 영토 내부에서 공격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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