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보수’ 유신회 손잡고 ‘아베 숙원’ 달성 노려… ‘평화헌법’ 개정 모색
▶ ‘GDP 대비 방위비 2%’ 시점 2년 앞당길 듯…핵잠수함 보유 등도 강행 태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로이터]
'여자 아베'로 불리는 강경 보수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과 방위력 대폭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4일께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리는 시점을 2년가량 앞당기기 위해 조치를 강구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 중국의 해양 진출 가속화와 군사 위협을 구실로 삼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과업이었던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평화의 당' 공명당에서 일본 주요 정당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유신회로 바뀐 것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내주 트럼프 만나는 다카이치…'방위비 청구서' 대비해 안보문서 개정 지시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 내각에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을 맡았으나 외교 경험은 풍부하지 않은 편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능력을 가늠할 사실상 첫 시험대는 오는 28일 일본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미 동맹은 우리나라(일본) 외교 안보의 기축"이라며 "일본과 미국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해 정상 간 신뢰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방위력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비 추가 증액을 염두에 두고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을 지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재임 시절이던 2022년 12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늘리고, 이때까지 방위비 총 43조엔(약 405조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 방위비는 2022년에 GDP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25회계연도에는 GDP 대비 1.8%가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7회계연도 방침까지 담겨 있는 3대 안보 문서를 이른 시기에 개정해 방위비 증액 폭을 더 늘리고 중국 등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다카이치 총리는 향후 편성할 2025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방위비를 추가 증액해 GDP 대비 2% 달성 시점을 2027회계연도에서 2025회계연도로 앞당길 방침이다.
또 3대 안보 문서 개정은 내년 연말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할 계획이다.
다만 이처럼 방위비를 증액하려면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고 국민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교도통신은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방위상에게도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지시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취재진에 "지시서를 받았다"며 농림수산상 시절보다 속도를 높이고 힘을 기울이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취임식에서 "실효적 방위력 구축을 위해 전력으로 일하겠다"며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 자민당·유신회 "국난 돌파해 일본 다시 세우자"…방위력 강화 '한마음'
다카이치 내각의 안보 정책 청사진 일부는 자민당과 유신회가 지난 20일 연정 수립 과정에서 작성한 합의문에 나와 있다.
양측은 합의문에서 "국난을 돌파해 '일본 재기(再起)'를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본 보수층이 바라는 방위력 강화와 개헌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두 정당은 구체적으로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관련 장비인 장사정 미사일 정비와 배치, 장사정 미사일을 탑재하고 장거리·장기간 이동과 잠항이 가능한 차세대 동력 활용 잠수함 보유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정기국회에서 수출할 수 있는 방위장비를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掃海·바다의 기뢰 등 위험물을 없앰) 등 5가지 용도로 제한한 규정을 철폐하기로 했다.
일본은 사정거리가 약 1천㎞인 자국산 장사정 미사일인 '12식 지대함 유도탄 능력 향상형'을 내년 3월 규슈 구마모토현에 처음 배치할 방침이다.
또 12식 유도탄을 함정과 전투기에 탑재하는 시기를 기존 '2028년도 이후'에서 2027년도로 앞당기기로 하는 등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직발사장치(VLS)를 갖춘 차세대 동력 활용 잠수함 보유도 이미 방위성 전문가 회의체가 지난 9월 정리한 보고서에서 언급한 사안이다. 이는 사실상 원자력 잠수함을 염두에 둔 제안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원자력 잠수함이 원자력을 평화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한 관련 법률과 배치된다며 "전수방위(공격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틀 안에 포함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위장비 수출 규정 완화에 대해서도 "무기 수출 대국이 된다면 평화 국가로서의 행보에 반하는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고자 개헌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헌법 제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평화 헌법의 핵심 내용인데, 자민당과 유신회는 이번 합의서에서 오는 12월까지 이어지는 임시국회 기간에 헌법 제9조 개정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아베 전 총리 숙원이었다.
다만 실제로 개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중의원(하원)에서 평화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정당의 의석수가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