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RSV 항체주사 “한 번 맞으면 5개월 안심”

2025-10-22 (수) 12:00:00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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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RSV 감염 취약한 영유아

▶ 초기 증상은 감기와 유사
▶ 호흡 등 증상 후 급속 악화

단순 감기인 줄 알았던 영유아가 숨찬 증상을 보이고 모유·분유를 잘 먹지 못한다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RSV는 만 2세 이하의 영유아 대다수가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한 호흡기 병원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유행한다.

대개 상기도 감염으로 지나가는 소아나 성인과 달리, 영유아에게는 모세기관지염·폐렴으로 빠르게 진행돼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조산아나 선천성 심장병, 만성 폐질환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영유아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영유아가 유독 RSV 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해부생리학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영유아는 기도 직경이 좁고 분비물 배출 능력이 미성숙한 탓에 염증·부종이 생기면 호흡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 수유 곤란, 빠른 호흡, 쌕쌕거림, 무호흡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소 치료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RSV에 감염된 영유아의 약 25~40%는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아이의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숨 쉴 때 갈비뼈 사이가 푹 들어가는 '함몰 호흡'이 관찰되거나, 입술과 손발이 창백하거나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심하게 보채거나 처지고 무기력해지며, 소변량과 수유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도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RSV 감염은 호흡기 분비물을 이용한 신속항원검사 또는 분자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치료의 핵심은 항생제가 아니라, 아이의 전신 상태를 유지하며 회복을 돕는 지지요법이다. 산소와 수액을 공급하면서 비강 흡인·체위 조절 등 분비물 관리를 통해 호흡 부담을 줄이고, 필요 시 고유량 비강캐뉼라(high-flow nasal cannula)나 집중치료를 병행한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이득이 없고 내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RSV 바이러스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첫걸음은 가정과 보육 현장에서의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손위생과 기침 예절을 생활화하고, 감기 증상이 있으면 등원·외출을 미뤄야 한다. 우유병·수건은 물론 장난감의 공유를 금지하고, 자주 만지는 표면은 소독하자. 혼잡한 실내·간접흡연 환경은 피하고, 아픈 보호자는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형제·자매가 보육시설을 다닌다면 RSV 유행 기간에는 아기와의 밀접 접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최근 영유아의 RSV 감염 예방을 위한 장기 지속형 단클론항체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가 국내 도입됐다. 베이포투스는 단 한 번의 근육주사로 약 5개월간 감염 보호 효과가 지속돼 백신처럼 작용한다. 생후 첫 RSV 유행 시즌을 맞은 모든 신생아와 영아에게 접종 가능하다.

생후 두 번째 RSV 유행을 맞았더라도 RSV 감염증 위험이 높고 24개월 이하라면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RSV 유행 기간 내내 중증 진행 및 입원 위험을 의미 있게 낮췄다는 실사용 근거(Real-World Evidence)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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