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브해 선박 격침으로 30명 이상 사망…’軍 즉결 처분 권한’ 논란

미군이 지난 9월에 카리브해에서 공습한 ‘마약선’[로이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잇달아 격침하자, 민주당이 정부의 군사력 남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하원 군사위원회는 카리브해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하고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을 불러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카리브해에서 미군이 수행한 치명적인 군사 공격 명령과 관련한 시급한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번 공습의 법적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지도 않았으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마약) 카르텔의 목록조차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의원은 또 "해당 선박이나 그들의 활동이 미국에 대해 즉각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가했고 따라서 법 집행이 아니라 군사력 사용이 정당했다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을 향해 "즉시 하원을 재소집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을 격침한 결과, 이에 따른 사망자는 현재까지 30명이 넘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켜보는 한 미국은 육상이든 해상으로든 불법 마약을 밀매하는 마약 테러리스트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약 카르텔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해왔다.
마약 밀수를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의 선원들을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공습으로 즉결 처분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마약 밀매 용의자들을 범죄자로 체포하지 않고 '전쟁 중의 적군'처럼 곧바로 살해하는 방식으로 군사력을 사용한 것이 정당하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요구에도 청문회가 곧바로 열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청문회 개최는 하원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존슨 하원 의장의 의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달 1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시작되면서 존슨 의장은 하원을 휴회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NYT는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면 이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법적 권한이 생긴다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더라도 자산을 동결하거나 그들과의 거래를 범죄로 규정하는 조치가 가능할 뿐이지, 무력 공격을 허용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격침한 선박들이 미국으로 치명적인 펜타닐을 실어 나르던 선박들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들 선박이 다니던 항로가 실제로는 미국이 아닌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코카인이나 마리화나를 운반하는 항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의 마약 운반 추정선 격침은 지금까지 최소 6건이 이뤄졌고 이 중 절반가량의 공습과 21명의 사망자는 베네수엘라와 트리니다드 토바고 사이 해역에서 발생했다면서 "그 항로는 펜타닐 같은 합성 마약 운반 통로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주로 미국으로 향하지도 않는다"고 해당 항로를 잘 아는 전현직 미국 관료 등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