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에 대통령 탄핵…군부가 임시통치

2025-10-14 (화) 0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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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방 묘연’ 대통령 의회 해산령에도 ‘직무 포기’ 탄핵 의결

▶ Z세대 중심 시위 19일 만에 대통령 축출…”최대 2년 과도기”

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에 대통령 탄핵…군부가 임시통치

정권 장악 선언하는 마다가스카르 캡사트 부대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로이터]

2주 넘게 'Z세대 시위'가 이어진 마다가스카르의 의회가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군부는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의 해산을 명령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의회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의회해산령을 거부하고 이날 대통령이 직무를 포기했다며 전체 163석 가운데 130표의 찬성으로 탄핵을 의결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었다.


탄핵 의결 직후 지난 11일 시위대 합류를 선언한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군조직 캡사트(CAPSAT)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국영 라디오에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했다. 이어 탄핵을 의결한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 기간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관 설립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실효적인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의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과 군정 수립 선언으로 군경의 반정부 시위대 합류 이후 위기가 고조된 마다가스카르 정국의 혼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궁 앞에 무장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대통령은 임기를 보전하며 헌법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급기야 지난 11일 시위에서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튿날인 12일 불법 쿠데타가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같은 날 쿠데타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군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캡사트 부대에 이어 헌병대와 경찰도 잇따라 시위대 합류를 선언하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전날 늦은 밤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밝히고 헌법에 따라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그의 행방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의회의 탄핵 의결과 군정 수립 선언으로 사실상 축출됐다. Z세대 시위 발발 19일 만으로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 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돼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9년 정권 교체를 도운 캡사트 부대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며 재선 임기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야당 관계자, 군 소식통, 외교관 등을 인용해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12일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외국으로 도피했다고 전한 바 있다.

생태학적 다양성과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으로 유명한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에도 정치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의 약 75%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할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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