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보수층 지지로 당선’ 분석…연립여당 “야스쿠니 우려” 전하며 견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로이터]
보수색이 강해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중의원(하원) 의원의 집권 자민당 총재 취임을 계기로 자민당과 일본이 우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학자인 사카이야 시로 도쿄대 교수는 5일(현지시간) 보도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의원이 선출된 이번 총재 선거는 자민당 역사로 본다면 아베 신조 내각 퇴진 이후 당의 노선을 수정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사카이야 교수는 자민당이 2001년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을 정점으로 하는 '개혁의 시기'를 거쳐 우파 이데올로기 색채를 강화했고, 2012년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하며 1강 체제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정권을 거치면서 '아베 색채'가 옅어졌고 이시바 시게루 정권에서는 중도화 현상이 일어났지만, 이달 중순 총리직에 오를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색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카이야 교수는 정권이 오래가려면 우파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적절한 민생 대책도 필요하지만, 다카이치 총재가 이러한 균형을 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총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자민당의 보수화를 바라는 당원과 의원들의 기대감이었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재가 당권을 잡으면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우익 성향 야당 참정당 등으로 이탈한 보수층 표심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출마자 5명은 대부분 외국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다카이치 총재는 나라 공원에서 외국인이 사슴을 폭행한다는 주장까지 하며 외국인 대책 강화 필요성을 호소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다카이치 진영에서는 "극단적"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일부 지방의원들은 오히려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처럼 자신을 지지해 준 당원과 의원에 대한 구심력 유지를 위해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2위로 낙선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진영 관계자는 "참정당 약진으로 당원은 보수 지도자를 원했다"며 "총재 선거 결과, 자민당은 우경화할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재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최대 파벌이었던 옛 아베파와 가깝다는 점에서 정치자금 제도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자민당과 함께 정권을 구성하는 연립 여당 공명당은 다카이치 총재의 일부 언행에 우려를 전달하며 견제에 나섰다. 공명당은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둔 정당으로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전날 다카이치 총재와 만나 한국과 중국 등이 반발할 수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사이토 대표는 이외에도 정치자금 문제 매듭, 외국인과 공생 등을 다카이치 총재에게 요구했다. 이는 다카이치 총재가 사실상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사안들이다.
사이토 대표는 "우리 당의 지지자에게 큰 불안과 걱정이 있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연립 정권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재는 "걱정이 없게 하겠다"며 공명당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