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극우성향’ 다카이치, 예상깨고 자민당 새총재…첫女총리 ‘눈앞’

2025-10-04 (토) 10: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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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결선서 모두 1위로 고이즈미 제쳐…세 번째 도전 끝에 총재 당선

▶ 아소, 결선서 ‘킹메이커’ 나선듯…이달 중순 국회 지명선거 후 日총리 취임 전망
▶ ‘야스쿠니 참배’ 등 한일관계 영향 가능성…선거땐 한국과 협력 강조하며 신중 태도

‘극우성향’ 다카이치, 예상깨고 자민당 새총재…첫女총리 ‘눈앞’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현지시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이하 현지시간) 집권 자민당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다.

그는 약 열흘 뒤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이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라는 예상 밖의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5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 1차 투표에서는 183표를 획득해 1위에 올랐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64표를 얻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작년 9월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하고도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역전당했으나, 이번에는 1차 투표 기세를 결선 투표까지 이어갔다.

앞서 일본 언론은 대체로 이번 선거 판세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선두를 달리고 다카이치 총재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에게 추격당하는 것으로 분석했으나, 실제 결과는 다카이치 총재의 사실상 낙승이었다.

1차 투표는 자민당 국회의원 295명이 각각 1표를 행사하고, 당원 투표를 의원 표수와 같은 295표로 환산한 뒤 더해 결과를 냈다.

결선에서는 자민당 의원 295표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47표를 합쳐 승부를 가렸다. 다만 의원 유효 표는 1차와 결선 투표 모두 294표였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고, 열세로 평가됐던 의원 투표에서도 보수 성향 의원들의 표를 모으며 선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선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149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45표의 의원 표를 얻었다.


아울러 결선 투표에서는 파벌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유일한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하며 '킹 메이커'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아소 전 총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으나, 당원 투표에서 1위에 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결선 투표에서는 43명인 아소파 의원 상당수와 1차 투표에서 4∼5위를 기록한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을 지지했던 의원들이 대부분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다카이치 총재처럼 보수 성향이 강하고, 모테기 전 간사장은 아소 전 총리와 자주 만나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5일께 실시될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이시바 후임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이지만, 야권이 분열해 제1당인 자민당 총재가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당권을 거머쥔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색채를 희석하는 데 노력했다. 작년 선거에서 강경 보수 성향을 강조해 의원 표심을 잃었다는 분석에 따른 조처였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그는 자신을 지지해 준 보수층을 고려해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는 점에서 협력 기조를 이어왔던 한일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보내는 일본 정부 대표 인사의 격을 기존 차관급에서 장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이번 선거 기간에 북한, 중국, 러시아의 접근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재는 혼슈 서부 나라현 출신이다.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나라현 지역구에 출마해 처음 당선됐고 지금은 10선 의원이다. 자민당 유력 인사 중에서는 드문 비세습 정치인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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