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타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前총리 인터뷰 “악마는 디테일에…휴전이상 어려워”
▶ “두달 내 헌법초안 제정, 종전 후 선거도 계획…한국, 팔 국가 승인하길”
▶ “이스라엘, 대량학살 범죄 저질러…하마스가 명분 제공” 비난
무함마드 쉬타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지구 종전 구상이 일시적 휴전 이상을 성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쉬타예 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을 만 2년을 엿새 앞둔 1일(현지시간) PA 행정수도 라말라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연구소(PRC)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단지 원칙을 선언한 것일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쉬타예 전 총리는 2019∼2024년 마무드 아바스 수반 아래에서 PA 내각을 이끌었다. 현재 PA를 주도하는 파타당의 중앙위원이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산하 팔레스타인연구소(PRC) 이사장도 맡고 있다.
쉬타예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9일 내놓은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 20개항을 두고 "휴전은 달성할 것이고, 이로인해 단기적으로 인질 교환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이 다른 계획을 이행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은 단지 원칙의 선언일 뿐이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많은 세부 사항, 설명, 구상, 시간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구상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견만 반영됐다며 "균형 잡히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에 전적으로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쉬타예 전 총리는 "이 계획에 요르단강 서안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 최악"이라며 "문제는 가자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쉬타예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세계 평화를 믿는 미국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967년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점령을 중단하라'고 말하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라고 강조했다.
민족주의적 성향의 유대인들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을 구약성서 모세오경에 쓰인대로 '유대와 사마리아'로 부르며 국제법상 불법인 정착촌을 조성해 거주하는데, 이것이 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쉬타예 전 총리는 "1967년 0명이던 정착민이 지금은 350곳 넘는 정착촌에 88만1천명이 살고 있다"며 "매일같이 토지 몰수와 정착민의 테러가 벌어져 사람들이 공포에 떤다"고 말했다.
쉬타예 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매우 심각한 대량학살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철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살상을 멈추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누군가 우리를 쏴서 우리가 이것을 파괴했다'고 말할 온갖 명분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이 발발한 것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문제는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 시작된 일이고, '10월 7일'은 증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하마스는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됐다"며 "이는 결국 우리 사람들에게 매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고, 하마스도 가자지구도 파괴됐다. 하마스는 범죄국가(이스라엘)가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쉬타예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평화구상에 담긴 'PA 개혁' 문구와 관련, PA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통치에 정통성을 보여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 실시와 헌법 제정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아바스 수반이 '종전 후 1년 내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발표했다"며 "그간 이스라엘이 선거를 막아왔고, 이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을 포함한 지역에서 스스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이끄는 헌법위원회가 구성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법률적 토대가 될 헌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두 달 내로 헌법 초안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쉬타예 전 총리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많은 나라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다"며 "한국도 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재 유엔 회원국 193국 중 150여개국이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했다. 지난달 23일 한국의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은 두 국가 해법 실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시점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쉬타예 전 총리는 "한국이 '두 국가 해법'을 믿는다면 그 대상인 두 국가를 모두 승인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유엔 결의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촉구하고 있는만큼 국제법을 믿는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 민족 자결권을 믿으며, 분단된 가족과 전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분단과 6·25전쟁을 경험한 한국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공감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쉬타예 전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거리에서 시위해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며 "한국 정부와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처럼 나서주기를, 한국 정부에서 좋은 소식이 몇 달 내로 들려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