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이 ‘가자평화구상’ 합의… “하마스 무장해제·민간정부 수립”

2025-09-29 (월) 0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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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트럼프 “이스라엘 동의”, 네타냐후 “지지한다”

▶ 하마스 동의 남아… “하마스 합의하면 72시간내 인질 귀환·전쟁종식”

美-이 ‘가자평화구상’ 합의… “하마스 무장해제·민간정부 수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년 가까이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하마스의 동의 여부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우리는 (전쟁 종식에) 매우, 매우 가까워졌다. 나는 우리가 매우 가까워진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지역의 친구와 파트너들과의 광범위한 협의 끝에 나는 공식적으로 우리의 평화 원칙을 발표한다"며 "이 계획에 동의해준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수락하면 내 제안은 모든 인질들을 즉시 석방하되 7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인질들은 돌아올 것이며, 이는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하마스도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듣고 있다"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랍 및 무슬림 국가들이 하마스와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이 합의를 거부할 가능성도 항상 있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남는 것이다. 다른 모든 이는 이를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하마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네타냐후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하마스가 자신의 평화구상을 거절할 경우 하마스 완전 제거를 위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평화구상과 관련, "이 제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지원을 보내준 아랍 및 무슬림 국가들과 유럽의 많은 동맹국들에 감사하다"며 전 세계 많은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음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오늘 우리는 전쟁 종식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으며, 중동에서 평화를 극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당신의 계획을 지지한다"며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美-이 ‘가자평화구상’ 합의… “하마스 무장해제·민간정부 수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그는 "이 계획은 우리의 전쟁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모든 인질을 이스라엘로 귀환시키고, 하마스의 군사능력과 정치적 지배를 해체하며,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하마스까지 합의해 이번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경우 "모든 인질, 생존자와 사망자가 모두 즉시 귀환할 것"이라며 "하마스는 무장해제 될 것이고 가자는 비무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일단 수락한 뒤 사실상 합의를 어길 경우 "이스라엘은 스스로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하마스 완전제거를 위한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밝힌 가자 평화구상은 총 20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구금자 등을 각각 석방하면서 종전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이어 가자지구 비무장화를 위한 하마스 군사능력 해체, 하마스 구성원 사면, 가자지구 과도 정부 수립 및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종전 후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할 국제적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구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 지도자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이 일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자신이 평화위원회 의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동의한 평화구상에 하마스가 동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보인다. 무장해제와 사실상 가자지구에서의 추방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또한 향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과도 정부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마저 사실상 배제돼 있어 PA 역시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들의 운명을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PA는 2020년 나의 '평화를 위한 비전'에서 내가 제시한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그들 스스로를 탓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가자지구에는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운영하지 않는 평화로운 민간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1기 때 내놓은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아랍국가가 관계를 정상화하는 협정)과 관련, 회원국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란이 경제적 이유로 협정에 참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각자 발언을 마무리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서 퇴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에 관계된 여러 다른 국가의 서명과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동의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해 다수의 민간인을 포함한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끌고가면서 발발한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하마스 측이 억류 중인 생존 인질은 20명 정도로 알려졌으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6만6천명을 넘어섰다고 최근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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