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우크라戰 합의점 도출 주목…韓, 美中 각각과 양자회담 추진
▶ 김정은, APEC 불참 관측 속 베이징서 트럼프 만날 가능성 관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기로 하면서 이번 APEC 정상회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안보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정상이 APEC이 열리는 경주에서 미중 관계를 안정화할 타협안을 찾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자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릴 전망이다.
그간 미중은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현안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에 큰 경제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중국도 지지 않고 '보복 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행태를 비판해왔다.
어느 하나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양국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그간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중간) 합의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으며,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실용적·긍정적·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까지 양국이 틱톡 관련 합의를 발표했을 뿐, 관세와 수출통제 등 핵심 쟁점에서는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위태롭게 할 요인들이 많다면서 "합의점(landing zone)을 찾으려면 양국 모두 앞으로 수주, 수개월간 실무, 장관, 정상급에서 집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초 집권 2기 첫 중국 방문을 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힌 만큼 이번 APEC 계기 미중정상회담은 내년 중국에서 열릴 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성격 내지 분위기 조성 성격의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미중 정상이 한국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그간 미중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중립 지대'인 한국이 회담 장소를 제공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초강대국들 사이에 "가교"(bridge) 역할을 시각적으로나마 구현하게 된 셈이다.
물론 미중 회담은 순전히 당사국 간에 결정된 사안이며, APEC 정상회의는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몇 안되는 다자외교의 장이라는 점에서 이전에도 미중 정상의 만남 장소로 활용됐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미중 간 우발적 충돌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하고 군사 대화 채널 복원과 펜타닐 대응 등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2024년 11월에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만나 북러 군사 협력 등을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미중 정상의 방한을 계기로 미중 양국의 공조가 절실한 북핵 문제에서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통상 다자회의를 계기로 하는 정상회담은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 주석과 통화에서 논의했다고 밝힌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종전 등의 현안이 양국에는 북한보다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북중러 3국의 결속 움직임 속에 약화한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과 관심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 한국 정부로선 의미있는 성과로 자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도 관심을 모으지만 현 정세상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APEC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온 만큼 북미 정상외교 재개에 대한 기대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에 중국을 방문하기로 시 주석과 합의했다고도 밝힌 만큼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한국보다는 우방인 중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게 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