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의 한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과거와는 다른 문제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감정을 솔직하고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래와의 관계에서는 협력보다는 경쟁에 익숙하고,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능력이 부족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공동체적 유대가 약해지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길어지면서 사회성의 결핍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많은 가정과 학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부모는 아이들과 대화 시간을 늘리려 하고, 학교는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이나 감정 조절 수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바쁜 생활 속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의 대화는 여전히 부족하고, 교육 현장의 프로그램은 잠깐의 효과만 있을 뿐 아이들의 내면 깊은 곳에 뿌리내리기는 어렵다. 때로는 훈계나 규칙 강화가 아이들의 반발심을 키우고, 문제를 더 깊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결국 현재의 접근만으로는 아이들이 겪는 감정적 불안과 사회성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은 마음속의 울분과 불안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고, 무용은 신체의 리듬을 통해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무엇보다 무대에 함께 서는 과정은 아이들이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밀하게 사고하고 계산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에서는 단순한 지식이나 기능은 AI가 대체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덕목, 즉 인간다운 품성이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기조절력,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 그리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진정한 경쟁력이 된다.
이 점에서 한국무용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다른 무용 역시 협력과 표현, 창의성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국무용은 한민족의 전통 속에서 내려온 독자적 가치와 정신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한국무용의 동작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훈련이 아니라, ‘절제된 아름다움’과 ‘겸손한 태도’를 몸으로 체득하게 만든다. 팔과 손끝, 시선의 흐름까지도 모두 상대방과 공간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예의범절과 도덕성을가르치는 교육이 된다. 또한 한국무용은 공동체적 장단과 호흡을 맞추는 전통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아이들이 타인과의 조화를 경험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특히 미국에서 성장하는 한인 아이들에게는 한국무용이 문화적 정체성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대중문화 속에서 뿌리 없는 개인주의에 쉽게 휩쓸릴 수 있는 아이들이, 한국무용을 통해 자신이 어디서 왔고 어떤 전통을 이어받았는지를 느끼게 된다. 이는 곧 자기 긍지와 안정감을 높여주어 정서적 균형을 찾는 데 큰 힘이 된다.
결국 한국무용 교육은 단순히 예술적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인간다움을 길러주는 인성 교육의 장이자,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변화되는 아이들의 문제는 곧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문제이며, 그 해답은 아이들 속에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키워내느냐에 달려 있다. 음악과 무용, 특히 한국무용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하며,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덕목과 문화적 뿌리를 심어준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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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화 무용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