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에는 경이로운 광경이 많다. 그중 인상적인 것의 하나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이다. 연어는 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지만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개울을 찾아와 거기서 산란한 후 생을 마감한다. 영어로 연어라는 단어 ‘salmon’은 ‘뛰어오른다’는 뜻의 라틴어 ‘salire’에서 왔다고 한다.
거대한 바다에서 살다 자기가 살던 시내를 찾아가는 연어의 능력은 경이롭다. 과학자들은 연어가 지구의 자기장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과 해의 각도, 바다의 온도 등을 종합해 자기가 태어난 강의 입구 근처까지 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어는 태어나자마자 그 강물의 화학 성분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 그 물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향으로 가는 물길을 잡았더라도 알을 낳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물의 흐름을 역류해 올라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폭포도 뛰어넘어야 한다. 거기다 폭포 위에는 곰이 점잖게 입을 벌리고 뛰어 올라오는 연어를 집어삼키고 있다. 이런 위험을 모두 극복하고 알을 낳는데 성공하는 연어의 전체의 1%도 되지 않지만 이것이 다음 세대를 탄생시키는데는 충분했다. 인간이 댐을 짓기 전까지는.
뉴잉글랜드의 코네티컷 강은 한때 연어가 넘쳐나던 곳이었다. 그러나 주민이 늘고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 댐을 짓기 시작하면서 연어수는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1798년 매사추세츠 터너스 폴스 코네티컷 강 본류에 댐이 생기면서 연어가 상류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혔다.
이는 뉴잉글랜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대서양 연안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공통된 현상으로 이로 인해 대서양 자연산 연어는 사실상 씨가 말랐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대서양 연어는 거의 모두 양식 연어라 보면 된다.
연어 양식에 결정적 공을 세운 사람은 노르웨이의 트리그베 기예드렘이다. 그는 40개 강에서 태어난 연어를 교배해 가장 우수한 품종의 연어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어는 캐나다와 칠레 등 주요 양식국으로 수출됐고 지금도 양식 연어는 중 생산량 1위다. 양식 연어 생산 1위 국가가 노르웨이인 것도 그의 덕이다.
그러나 양식에는 여러 문제가 따른다. 많은 고기가 한데 몰려 있기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기 쉽고 여기서 나오는 노폐물이 환경을 오염시킨다. 또 1파운드의 연어를 키우기 위해서는 3 파운드의 물고기 먹이를 줘야 해 낭비가 크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해 연어의 성장 속도를 2배로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다행히 태평양에는 아직도 자연산 연어가 살고 있다. 알래스카와 러시아 등 오지에는 댐이 건설되지 않아 연어가 자유롭게 강과 바다를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태평양 연어의 숫자가 다소나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어의 고향길을 막고 있던 가주-오리건 경계의 클라마스 강에 설치됐던 댐이 모두 해체됐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마지막 댐이 사라지면서 100년만에 처음 이 강은 자유롭게 흐를 수 있게 됐다. 이 댐 해체는 인디언 부족과 환경보호론자들이 20년간 법적 투쟁과 시위, 댐 소유 기업 주주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얻은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곳에 살고 있는 유록 부족의 일원이자 변호사이면서 환경운동가인 에이미 바워스 코달리스가 쓴 ‘물은 기억한다: 내 원주민 가족의 강과 삶의 방식을 구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책에는 수 세대에 걸쳐 이들이 댐을 해체하고 연어를 구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자세히 적혀 있다.
그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수만마리의 연어가 떼죽음을 당하면서부터다. 농업 용수로 전용되며 줄어든 수량과 수력 발전으로 인한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이런 참사가 발생하자 인디언 관계자들은 댐을 없애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댐들은 1911년과 1962년 주민들의 동의 없이 세워졌다. 주 정부는 이 일대 인디언의 생계 수단을 없애기 위해 아예 클라마스 강에서의 어로 행위를 불법화했다.
인디언 주민들은 연방 대법원까지 가 어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았고 이 댐의 소유주인 퍼시픽 콥은 현재의 환경 보호 수준에 맞게 댐을 보수하는 비용이 해체하는 것보다 비싸게 나오자 철거에 동의했다. 2023년부터 진행된 철거 작업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수해 방지와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채 방치된 댐도 많다. 코네티컷 강 터너스 폴스 댐 같은 것이 한 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사라져 연어가 되돌아 오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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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