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금리인하 전망에 인플레 가능성·연준 독립성 우려 등 복합적 작용
▶ 은 현물도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
국제 금값이 온스당 3천600달러를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현물 가격은 8일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한때 온스당 3천646.29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금 선물 근월물(12월분) 가격은 전날보다 0.7% 상승한 온스당 3천677.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값은 지난 1일 처음으로 3천500달러를 돌파했는데, 불과 1주일 만에 현물 기준으로도 3천600달러 선마저 넘어선 것이다.
금 투자업체 제이너 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금값이 3천700∼3천730달러까지 상승 모멘텀(추진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예상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금 가격을 가파르게 밀어올렸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증가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안전자산으로서 미 달러화의 매력을 떨어뜨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금값은 최근 3개월 새 9%, 올해 들어서는 무려 37%나 상승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 보고서에서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오는 16∼17일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트레이더는 일명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 등 채권의 수익률 하락을 뜻하기 때문에 통상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인으로 작동한다.
ING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대표 크리스 터너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으로서 금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너는 끈질긴 인플레이션 속에서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 완화 사이클이 좀 더 일찍, 더 깊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실질금리는 다시 마이너스(하락)로 갈 준비가 된 걸로 보이고, 인플레 헤지로서 금은 다른 자산보다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진 점도 금값 상승의 요인이다. 다른 통화를 보유한 사람들이 금을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올해 들어 다른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10% 하락했다.
FT는 또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 역시 추가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공포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수준으로 금을 매입하며 금 수요를 키워왔다. 지난해 이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금의 비중은 유로화를 앞지르면서 2위에 올랐다.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미국 이코노미스트 아타칸 바키스칸은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서 일부 외국 투자 수요는 미 국채에서 금으로 계속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 현물 가격은 이날 0.8% 상승한 온스당 41.29달러에 거래되며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 기록을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