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은·푸틴, 베이징서 ‘혈맹’ 과시…회담 후 포옹까지

2025-09-03 (수) 09: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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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차량으로 회담장까지 함께 이동…푸틴, 김정은 방러 초대

▶ 푸틴 “북한군 절대 잊지 않을것…北장병들 영웅적으로 싸웠다”
▶ 김정은 “형제의 의무…러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것”

김정은·푸틴, 베이징서 ‘혈맹’ 과시…회담 후 포옹까지

회담 갖는 북러 정상[로이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지에서 별도 회담을 하며 '혈맹'을 과시했다.

3일 러시아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에서 전승절 80주년 연회를 마친 뒤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2시간 30분간 양자회담을 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대한 북한군 참여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북러 협력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는 현대 신(新)나치즘에 맞선 싸움에서 북한의 역할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알려졌다시피 당신의 주도로 북한 특수부대가 우리의 새 협정(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에 완전히 부합하게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했다"며 "당신의 장병들은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의 군과 군 가족들이 겪은 희생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인을 대신해 여러분의 공동 전투 참여에 감사하고 싶다. 따뜻한 감사의 말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협정(북러조약)의 틀 안에서, 이 협정에 따른 의무로 러시아 국민·군대와 함께 싸웠다"며 "이 자리를 포함해 우리 군인들의 업적을 거듭 치하해 특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러시아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형제의 의무라고 생각할 것이다. 러시아를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지난해 6월 체결한 북러조약, 북한의 쿠르스크 파병 등으로 밀착한 북러관계에 대해 "최근 신뢰와 우호, 동맹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신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고, 양국 관계의 모든 면과 모든 방향에 대해 대화할 기회를 가져 기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북러 관계가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며 이 회담에서 발전 전망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 왼쪽에는 김 위원장이 자리해 북중러 결속을 과시했다.

이후 연회 일정도 마친 두 정상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아우루스'를 타고 함께 회담장에 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이 차에 김 위원장과 동승했고, 김 위원장에게 이 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 차량 상석을 양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회담은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 형식으로 약 1시간 30분 진행된 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회담이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 기간 중 가진 정상회담 중 시 주석과 회담(약 3시간 30분) 다음으로 김 위원장과 가장 긴 시간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확대 회담에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겸 북러 정부간위원회 공동의장이 참여했다.

모두발언 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쿠르스크 파병 대가 협의, 쿠르스크 재건 지원을 위한 병력·파견 문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관련 추가 지원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6천명을 3차 파병할 계획이고, 전투 공병 1천명이 러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내용과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상황을 김 위원장에게 공유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종전 이후 군사 분야를 비롯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전망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 전 연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만큼 이날 회담에서 남북 관계와 한반도 문제도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은 푸틴 대통령이 우 의장에게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을지 물었다고 전했다.

회담을 마치고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차량 탑승 장소까지 배웅했다. 크렘린궁 영상 속에서 두 정상은 악수와 포옹을 나눈 뒤에도 두 손을 맞잡고 손 인사까지 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통역을 통해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며 "곧 뵙겠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기다리겠다. 방문하러 오시라"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초대했는데 이번에 거듭 초대 의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 방문해 달라고 거듭 초대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했지만 방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2024년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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