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틀랜타 54세 치과의사
▶ 아내·15세 딸 함께 숨져
▶ 라스베가스 여행후 범행
▶ “미안하다” 유서 남겨
롤링힐스 대저택에서 70대 한인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저택에서 50대 한인 가장이 일가족을 총격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가해자인 이 50대 가장은 애틀랜타 지역에서 20여 년간 치과를 운영하며 사회봉사 활동 등으로 주위에서 좋은 평판을 쌓아온 인사로 알려져 사건의 충격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폭스5와 WSB-TV, ANF 등 애틀랜타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존스크릭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후 4시14분께 존스크릭 세인트 아이비스 컨트리클럽 내 한 주택에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해당 주택은 6개의 침실과 6개의 욕실을 갖춘 170만 달러 규모의 대저택으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내부에서 3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폭스5는 현지 경찰의 발표를 인용해 사망자들의 신원이 조지아주 대표 한인타운인 스와니에서 유명 치과를 운영해온 제임스 최(54) 원장과 아내 명 최(50)씨, 딸 그레이스 최(15)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최씨가 아내와 딸에게 총격을 가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가족들에게 총구를 겨누기 10여 분 전인 이날 오후 3시34분께 본가 및 처가 식구들과 지인 등에게 유서에 해당하는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된 문자 메시지에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지겨운 삶을 마감하려 한다. 혼자 남겨질 아내와 딸이 안쓰러워 함께 데리고 떠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메시지를 받은 최씨의 가족은 급히 존스크릭 세인트 아이브스 컨트리 클럽 내 그의 거주지로 향했고, 사정을 들은 게이트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존스크릭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특공대(SWAT)를 출동시켰으며, 집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최루탄을 투입한 뒤 진입해 최씨와 아내,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평소 겉보기에 흠잡을 데 없는 삶을 살았던 최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주변의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지 한인 매체들에 따르면 용의자 최씨는 어렵게 얻은 딸(9학년)을 애지중지 키워 ‘딸 바보’로 불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치과 진료를 오래 하면서 생긴 직업병 때문에 오른손 사용이 불편해 3~4년 안에 은퇴하겠다고 말하곤 했지만, 재정적이나 정신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노동절 연휴 기간에 최씨는 혼자 라스베가스로 여행을 다녀온 뒤 31일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가스에서 그를 만났다는 한 지인은 “원래 1일에 함께 돌아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31일로 일정을 바꿔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여행과 관련해 도박 빚이 있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한 지인은 “금시초문”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다만 다른 지인은 “우울증이 있었던 것 같다. 속마음을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최씨는 고등학교 때 애틀랜타로 이민 온 한인 1.5세로, 가족들도 모두 애틀랜타에 거주하며 치과 운영과 환자 관리에서 신뢰를 쌓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운영하던 H 치과는 1999년 창업 이후 26년간 한인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판을 이어왔으며, 사건 소식에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2일 출근한 직원들은 “외부에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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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