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함께 우리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현상이 있다. 바로 만성염증이다. 염증이라고 하면 대개 상처나 감염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급성 염증을 떠올리지만, 만성염증은 별다른 증상 없이 몸속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그리고 이 만성염증이 각종 질병과 노화를 촉진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염증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치매 등 주요 사망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체내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또한, 만성염증은 세포의 손상을 증가시키고, 노화 과정에서 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며,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만성염증이 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염증성 노화(Inflammaging)’라고 부르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점차 불균형해지고, 이 과정에서 저강도의 염증 반응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 염증이 혈관, 장기, 신경계를 서서히 손상시키고, 결국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성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항염증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중해식 식단이 대표적인데, 신선한 채소와 과일, 올리브유, 견과류, 생선, 통곡물 위주의 식사가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다수 발표됐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을 1년간 유지한 그룹은 염증 지표인 CRP 수치가 평균 25% 감소했다. 특히 생강, 강황, 마늘과 같은 식품은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므로 일상 식사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이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은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꾸준히 실천하면 체내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이 활성화된다. 반면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으니 자신의 체력에 맞는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염증을 유발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염증을 악화시킨다. 하루 7시간 이상의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고, 명상, 요가, 산책 등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흡연과 음주는 만성염증을 악화시키는 대표적 요인이다. 금연과 절주는 염증 수치를 낮추고, 각종 만성질환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만성염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몸을 서서히 병들게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기본에 충실한 생활을 통해 염증을 조절해야 한다. 조용한 살인자에 맞서 건강 수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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