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러 회담 앞두고 러 급진격 … “사흘새 17㎞ 밀고들어와”

2025-08-13 (수) 12:00:00
크게 작게

▶ “도네츠크 도시 방어선 침투” 우크라 예비군도 투입 전투중

▶ 여름내 쏟아붓던 드론은 급감
▶ 트럼프 눈치에 민간 공습 자제

미·러 회담 앞두고 러 급진격 … “사흘새 17㎞ 밀고들어와”

우크라이나의 포트로우스크 전선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 [로이터]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군이 갑작스럽게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진격에 급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황 분석가들이 12일 진단했다. 로이터·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선을 추적해 공개해온 ‘딥스테이트’는 이날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 새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북쪽으로 최소 10㎞를 진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핀란드 군사정보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현재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시 북쪽에서 러시아가 지난 사흘간 우크라이나 전선을 뚫고 약 17㎞를 침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포크로우스크 인근 탄광 마을 도브로필리아로 전격적으로 밀고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공략하는 주요 도시 코스티안티니우카가 더욱 고립된다. 러시아군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을 위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병력 만성 부족을 겪는 우크라이나군의 약점을 파고들어 지역 중심 도시인 포크로우스크와 코스티안티니우카 전선을 잇는 3개 마을에서 진격을 이어 왔다.


딥스테이트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적군(러시아군)은 방위에 틈을 찾아내면서 더 깊이 침투하고 있으며 추가 진격을 위해 빠르게 병력을 통합하고 있어 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러시아군의 빠른 움직임은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토 문제가 주요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러시아가 점령지를 조금이라도 더 넓혀서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공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교환’을 언급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분석가 파로이넨은 “앞으로 24∼48시간 내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투조의 강화 전에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진격과 관련한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성명에서 방어선을 뚫으려는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상황이 어렵고 역동적”이라고 밝혔다. 안드리 코발로우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방어선에 계속 침투를 시도한다면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방어선을 뚫는 적군의 사보타주(파괴)조를 탐지하고 섬멸하기 위한 증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가 소규모의 파괴조를 먼저 투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침투작전에 투입된 러시아 보병 부대가 워낙 소규모라 예비군을 동원해 이들을 제거하고 있다면서 여러 마을에서 공격받았으나 모두 격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장교 출신인 밀블로거 보흐단 크로테비츠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SNS 메시지에서 군 수뇌부가 수주간 방어 진지의 심각한 병력 부족을 무시해 왔다며 “대통령님이 보고를 어떻게 받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포크로우스크·콘스티안티니우카는 과장없이 완전히 엉망진창”이라고 주장했다.

동부 전선 공세 강화 외에도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불만을 여러 차례 표시했던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드론 공격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올해 여름 들어 러시아는 거의 매일 대규모 드론을 날려 보내 우크라이나 전역의 도시를 공습했다. NYT는 올해 7월 하룻밤 평균 201대 드론을 쐈던 러시아가 이달 들어서는 78대로 그 수를 대폭 줄였다고 분석했다. 키이우에 있는 리서치 단체 우크라이나 프리즘의 올렉산드르 크라이에우 북미프로그램 국장은 “러시아는 트럼프의 마음을 읽는 법을 아주 잘 안다”며 “드론 공격이 줄어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