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연구팀 “조기 진단 개선 위한 구체적 보건 전략 시급”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치매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3.5년이나 되며,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발병 치매의 경우에는 그 시간이 4.1년이나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야실리키 오르테가 박사팀은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국제노인정신의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서 전 세계에서 발표된 치매 발병과 진단에 관한 연구 13개를 메타분석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오르테가 박사는 "치매의 시기적절한 진단은 전 세계적 보건의료 과제"라며 "치매를 적절한 시점에 진단하면 치료 접근성을 향상하고 일부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하기 전 가벼운 치매 상태에서 삶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증상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증상이 가벼운 초기에 진단해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이지만 정확한 치매 조기 진단법 역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오르테가 박사는 "고소득 국가에서도 전체 치매 환자의 50~65%만이 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증상이 시작되고부터 진단이 이뤄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난해 말까지 유럽, 미국, 호주, 중국에서 발표된 치매 증상과 진단에 관한 13개 연구를 선별, 메타 분석해 증상이 처음 나타난 때부터 치매 진단까지 걸린 시간을 조사하고 여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발병 연령이 54~93세 3만257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치매 증상이 시작된 시기는 가족, 돌봄 제공자, 환자 등의 면담이나 의무 기록을 통해 평가했다.
분석 결과 전체 치매 유형에서 증상이 나타난 후 치매 진단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3.52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발병 치매(Young-Onset Dementia)에서는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4.13년으로 더 길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가운데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Young-Onset Alzheimer's Disease)은 증상 발현 후 평균 진단 소요 시간이 3.97년이었고, 조기 발병 전측두엽 치매(Young-Onset Frontotemporal Dementia)는 4.69년으로 가장 길었다.
연구팀은 평균 진단 소요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결과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전측두엽 치매를 앓을 경우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는 치매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한 기존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메타분석 한 첫 연구로, 그 시간이 여전히 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건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르테가 박사는 "치매 진단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조치가 필요하다"며 "치매에 대한 대중 인식 캠페인은 초기 증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치매 환자에 대한 낙인을 줄여 사람들이 더 빨리 도움을 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Vasiliki Orgeta et al., 'Time to Diagnosis in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WithMeta‐Analysis',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