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아시아계 밀집지역 ICE 급습에 ‘유령도시화’
▶ 권리 보호 목소리 커져
최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 단속이 본격화되면서 남가주 아시아계 밀집 지역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고 LAist가 보도했다. LAist에 따르면 LA 한인타운과 아테시아의 ‘리틀인디아’ 등에선 평소 붐비던 사람과 상점이 한산해졌고, 많은 이민자가 연방 요원과 마주칠 가능성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아테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사우스아시안 네트워크’의 토냐 소메쉬 활동가는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도 연방 요원에게 붙잡히는 사례가 잇따르자 사람들은 외출조차 꺼린다”면서 “사원은 물론 상점도 한산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은 이민자가 많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에 피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사우스아시안 네트워크 측은 캘리포니아 내 아시아계 이민자의 약 15%가 서류미비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특히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권리 보호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아시아계 권익 보호단체인 남가주 아시안 정의진흥협회(AJSOCAL)의 카니 정 조 대표는 “연방 요원들은 거의 아시아계 언어를 구사하지 않고, 구금된 사람에게도 모국어로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구금된 이민자가 어디로 이송되는지조차 모른 채 권리 보호를 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한 동영상은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LA 도심에서 한 중국어 구사자가 마스크를 쓴 연방 요원들에게 연행되는 모습이다.
조 대표는 “그 사람은 영어를 전혀 하지 않았고, 연방 요원도 중국어를 구사하지 않았다”면서 “그 상황에서 어떻게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사우스아시안 네트워크는 힌디어·우르두·펀자브어·네팔어·벵골어로 된 ‘권리 안내 카드’를 제작해 시민과 비시민 모두에게 배포하고 있다. 카드에는 영어로 “나는 연방 헌법 제5조(묵비권)에 따라 대답하지 않고 문서도 서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소메쉬 활동가는 “구금된 사람의 가족조차 이 사실을 알리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 공동체는 원래 어려운 이야기를 숨기려는 경향이 있고, 불편한 대화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정 조 대표 역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나는 원칙대로 이민 왔고, 범죄자가 아니니까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급습은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도 표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라틴계뿐 아니라 아시아계도 동일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CNN 조사에 따르면 ICE 단속으로 구금된 사람 가운데 범죄 경력이 있는 경우는 극히 적었으며, 대다수는 단순히 이민 절차 문제로 구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아시아계 미국인도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고, 법률 지원 단체를 후원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라틴계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이번 급습을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권리 보호를 위해 연대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정치·사회 참여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LAist는 전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