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원 통과시 내년부터 시행
▶ 연간 27억달러 추가 세수
▶ 한인 16% 연 1회이상 송금
▶ 이민자 겨냥 ‘이중 과세’

트럼프 행정부가 비시민권자의 해외 송금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뱅크오브호프에서 한인이 한국으로 송금을 보내고 있다.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안(BBB)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송금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연방정부는 송금세를 바탕으로 연간 27억달러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지만, 송금세의 부과 대상에 비자 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도 포함돼 본국에 주기적으로 송금하는 한인 커뮤니티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연방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감세안에 따르면 ‘비시민권자’의 국외 송금에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현재 이 법안은 연방 상원에서 심의 중으로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의 시행으로 오는 2034년까지 총 220억달러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업계와 이민 커뮤니티는 이미 송금시 일정액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며 이민자 신분 추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소의 아리엘 소토 선임 정책분석가는 “송금세가 도입되면 일부 송금기관들이 이용자의 체류 신분을 확인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민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반이민 정책”이라고 말했다.
송금세가 비공식적인 불법송금 시스템의 활성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토 정책분석가는 “세금을 피하려는 이민자들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통해 대신 송금하거나 현금을 직접 휴대하고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멕시코 같은 지역에서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과세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민자들과 영주권자들이 이미 미국에서 소득세 등 다양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금세를 내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설명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송금 규모는 약 9,050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6,859억달러가 중·저소득층 국가로 유입됐다. 미국에서만 887억달러가 해외로 송금됐다.
특히 이번 송금세 시행은 미주 한인들에게 커다란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서 받은 송금액은 총 76억5,300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미국에서 송금한 돈이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주 한인의 16%가 매년 1회 이상 한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한국에 여전히 가족들이 상주하고 있고 상당 부분의 부동산, 금융자산이 있는 상황에서 본국과의 주기적인 금융거래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플러튼에 거주하는 한인 최모씨(53)는 “노모가 혼자 한국에 계셔서 적은 돈이지만 주기적으로 한국에 송금해 왔다”며 “이미 미국에서 번 돈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송금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가 송금세를 시행할 경우 전체 해외 송금액의 5.6%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개발센터(CGD)는 멕시코의 경우 연간 56억달러, 아프리카 전역은 연간 4억8,800만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역시 최대 연간 1억3,800만달러 가량의 송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헬렌 뎀스터 CGD 정책연구원은 “해외 송금은 단순한 생계보조를 넘어 교육, 기술훈련, 주거개선 등 미래 투자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며 이민자 고향의 경제에 중요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송금세 시행은 결국 가계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환율 압력까지 가중시켜 경제 안전성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