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미국인의 나라”…LA시위 한복판에 트럼프 극우책사 밀러

2025-06-10 (화) 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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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체자 대량추방 정책 설계… “피점령지 수복 위한 전쟁” 주장

▶ 캘리포니아 출신 39세 ‘실세’…헌법상 인권도 제약하려는 초강경파

“미국은 미국인의 나라”…LA시위 한복판에 트럼프 극우책사 밀러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로이터]

로스앤젤레스(LA) 시위 사태의 한복판에 선 '논쟁적 인물' 스티븐 밀러(39)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의 존재가 주목받고 있다.

밀러 부실장은 이번 시위의 배경이 된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을 설계한 주동자다.

"미국은 미국인의, 미국인만을 위한 나라"라는 지난해 대선 캠페인 당시 발언은 불법체류와 이민 문제에 대한 그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LA 시위 진압을 위해 주(州)방위군과 해병대까지 투입한 조치에 대해선 "문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강변했다.

이어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최대 도시이자 '꿈의 도시'인 LA가 불법체류자들에 의해 "점령됐다"고 규정하며, 이들을 쫓아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같은 밀러 부실장의 발언은 이민을 제한하고 대규모 추방을 실행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대까지 동원하는 연방 정부의 공격적 정책 집행으로 구현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논평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실세'로 불리며, 차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도 거론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고 오랜 기간 중용하는 참모"다.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을 초대한다'는 글귀가 원래 있던 게 아니라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이 강대국 미국의 기반이 됐다는 전통적 관념을 부인한 것이다.

"무슬림 추방"을 외치고, '미-멕시코 국경 장벽'을 주장하던 그의 정책 구상은 집권 2기에 들어와 한층 강경해졌다.

불법체류자 추방을 위해 헌법상 보장된 인권 제약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달 10일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해비어스 코퍼스(habeas corpus)를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해비어스 코퍼스는 당국에 의해 구금된 개인이 자신의 신체적 자유가 제한받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법원 심사를 청원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이 권리는 '반란·침략 시 공공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중단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밀러 부실장은 미국이 불법체류자들에 의해 '침략'당한 상황이니 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LA가 점령됐다'는 그의 발언과 맞닿는다.

해비어스 코퍼스 중단은 반(反)헌법적이자 법치주의의 핵심인 적법 절차의 후퇴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밀러 부실장은 지난달 이민관세단속국(ICE) 본부를 방문해 불법체류자 추방에 더 속도를 내라고 다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불법체류자 추방의 규모가 정부 출범 이후 목표치에 미달했기 때문에 내려진 지시였다.

그의 지시 이후 ICE와 연방수사국(FBI) 등이 불법체류자 단속에 범위를 현격히 늘리면서 미국 사회 내 갈등이 급격히 악화했다.

밀러 부실장은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정책을 이민규제 강화의 수단으로 간주할 만큼 집요한 모습도 노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속한 의회 통과를 촉구하는 세금·지출 법안도 핵심 대선 공약인 '감세'와 '불법체류자 집중단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달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평론가 찰리 커크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불법체류자) 추방의 세 가지 제약 요소는 인력, 감옥, 그리고 비행기"라며 "법안 통과로 (예산이 확보되면) 이들 세 가지 요소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밀러 부실장의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은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4%는 추방 정책에 찬성했고, 46%가 반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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