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 넘은 트럼프의 대학ㆍ유학생 공격

2025-05-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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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육연구원(IIE)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 학년도 미국 내 대학·대학원·어학원에 재학 중인 유학생 수는 112만6,690명으로 전년보다 6.6%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유학생(4만3,149명)은 인도(33만1,602명), 중국(27만7,39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유학생 등록을 차단하려는 초강수를 꺼내든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 대학가 전체에 대한 전례 없는 압박으로, 학문 공동체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비록 현재 연방 법원 명령으로 중단됐지만, 그 충격은 미국 내 대학은 물론 세계 학문 생태계 전반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하버드대·MIT 같은 명문대학의 유학생들은 단순히 학비를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학의 개방성, 창의성, 경쟁력을 상징하며, 미국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뒷받침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근절’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대학 자율성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조치를 꺼내들었다. 국토안보부 장관의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발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이는 하버드대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명문대학까지 정부 통제를 확대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대학의 학문적 자유를 억압하려는 ‘문화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로 대학 재정의 뿌리도 흔들릴 위기다.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은 대학 재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연구·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유학생이 줄면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대학 재정과 학문 생태계 전반이 타격받는다. 나아가 국무부의 외국인 학생 소셜미디어 검증 방침은 사실상 ‘사상 검증’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학문의 자유를 근본부터 위협한다.

물론, 국경과 자국 가치를 지킬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권리가 대학 자율성과 학문적 자유를 짓밟는 명분으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개입은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하버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대학이 공유하는 학문 공동체의 근본을 지키는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학문 공동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유학생들이 기여하는 학문적·경제적·문화적 가치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의 자유·개방성·다양성은 미국 대학의 힘이자 미래이며,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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