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아공 백인 49명 ‘난민’으로 미국행…트럼프정부 이중잣대 논란

2025-05-11 (일) 04: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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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만에 쾌속 난민인정…미국·남아공 관계도 더 악화할 듯

국경을 강화하고 사실상 모든 난민 수용을 거부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들에게는 정착을 허용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아프리카너스(Afrikaners·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 49명을 태운 미국 정부 지원 전세기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남아공에서 과거 백인 정권은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를 자행했지만, 그 후손인 이들은 현재 백인에 대한 역차별로 일자리를 잃고 폭력에 노출되는 등 박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조하며 취임 직후인 올해 2월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통 수년이 걸리는 난민 인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돼 3개월 만인 이날 '아프리카너 난민'의 첫 미국행이 시작됐다.

인권 단체 등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난민들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단이나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쟁과 굶주림을 피하려는 이들에게 굳게 걸어 잠근 문을 남아공의 백인에만 개방하는 것은 취약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난민 정책 자체를 조롱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아프리카너들의 출국은 조용히 이뤄졌다.

이들은 미국 대사관이 언론 접촉을 금지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고, 현지 경찰은 그들을 자극하지 말라며 취재진을 제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의 난민 수용으로 인해 미국과 남아공의 관계도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의 다양한 국내·국제 정책을 문제 삼으며 원조를 중단하고 적대적인 정책을 폈다.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것을 두고 "반미 국가"라고 규정했고, 국가가 개인의 토지를 무상으로 수용하는 법을 도입한 것이 '인종차별적 토지 몰수'라고 비난했다.

토지수용법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에도 토지 개혁에 실패해 인구의 7%인 백인이 농지 절반을 보유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도입한 것이다.

남아공 정부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특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무상 수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농장 경영이 주 수입원인 아프리카너들은 땅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해 왔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8천명 넘는 아프리카너가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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