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사흘만에 EU·나토 본부 방문… “美 내부서도 ‘관세 부작용’ 인식 시작”

독일 총리와 EU 집행위원장[로이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신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상호 무관세'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미국 간 관세합의처럼 '기본관세 10%'를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EU 차원에서 수용 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국들과 논의할 문제"라면서도 "이미 내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듯 관세는 아예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무관세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며 미국과 EU 간 기술 표준에 대한 상호 인정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표준'은 독일의 대미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 부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메르츠 총리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관세 관련 논의가 있었다면서 "우리(EU)는 다같이 무역 협상을 하므로 EU 회원국과 개별 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답했다.
EU 무역정책의 전권이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 경제에 미칠 관세의 부작용(disadvantages)에 관한 논의가 미국 내부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사람들이 그것(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니 (협상에서) 성과를 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에 관한 계획을 설명했으며 나는 그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관여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유럽 파트너국, 미국과 함께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을 초청했다고도 전했다.
메르츠 총리의 이날 브뤼셀 방문은 취임 사흘 만에 이뤄졌다. 그는 약 5시간가량 브뤼셀에 체류하면서 EU 이사회, 집행위원회, 유럽의회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연쇄 방문하고 기자회견도 각각 개최했다.
향후 EU, 나토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일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그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EU 기업 규제인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이 "완전히 철회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앞선 코스타 상임의장과 기자회견에서도 "CSDDD를 단순히 연기할 것이 아니라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CSDDD는 대기업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강제노동이나 삼림벌채 등 인권·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예방·해소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부여하는 법으로 폰데어라이엔 1기(2019∼2024년) 집행부의 간판 정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2기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기업 부담 가중, 중국과 경쟁 등을 이유로 업계와 독일, 프랑스 등 회원국이 우려를 지속해 표명하면서 집행위는 지난달 시행 시기를 2028년으로 미룬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