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 오름세 속 ‘범죄단체 연루 게릴라전’ 빈번…현지 광업활동 일시 중단명령

슬픔에 잠긴 페루 금광 보안요원 유족[로이터]
남미 페루에서 금 채굴을 둘러싼 합법·불법 업체의 불안한 공존 속에 금광 보안요원들을 목표로 삼은 강력 사건이 발생했다.
페루 내무부는 5일(현지시간) 북서부 라리베르타드주(州) 파타스 산악 지대에서 금광 보안요원 13명이 피랍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일주일 전 한꺼번에 실종됐는데, 페루 경찰은 "이들이 범죄조직에 의해 납치돼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신에는 총상이 발견됐으며, 손목 부위에는 끈으로 묶인 흔적도 있었다고 TV페루는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숨진 사람들은 소규모 금 채굴 업체의 광산 보안 담당 근로자였다. 해당 업체는 페루 주요 광산 기업인 미네라 포데로사와 계약을 하고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네라 포데로사는 성명을 내 "우리와 관련된 근로자들을 참혹한 방식으로 대한 것은 불법 금 채굴을 노린 범죄조직으로, 최근 몇 년 새 총 39명이 숨졌다"면서, 합법적 근로자와 지역 주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폭력배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이날 정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북부 지역에서의 광업 활동을 30일 간 중단하고, 통행금지령(오후 6시∼다음 날 오전 6시)을 내릴 것"이라며, 해당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해 군사 기지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페루 정부는 또 금 채굴과 관련한 하청 계약을 하지 말 것을 업체들에 촉구했다.
페루는 비공식 채굴 업자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일정한 양을 채굴하며 당국 규정에 따라 근로 상황을 보고할 경우 광업 행위를 허용하는 독특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엔 폭력배들이 대거 개입하면서 불법 채굴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업체 간 전통적 광산 분쟁보다는 정식 기업을 겨냥한 범죄단체의 '게릴라전'이 수년 새 늘었다고 전했다.
다이너마이트와 전쟁용 폭발물로 무장한 불법 광부들은 비밀 터널을 파고 금을 훔치거나 직원들을 납치하는 방식으로 허가받은 광산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세계 금 생산량 5∼6위권이었던 페루는 수년 전부터 폭력 조직과 결탁한 불법 금 채굴 업체들의 증가로 '공식적인' 금 생산 규모가 줄어든 상태다.
수개월 전부터는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국제 금값이 들썩이면서, 불법 금 채굴 수요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학살 사건은 기록적인 금 가격 상승 속에서 페루의 불법 금 광업 붐을 악용하는 폭력 조직의 등장으로 당국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페루 야당은 "파타스엔 이미 1년 전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당국은 치안 안정화에 손을 놓고 있다"면서 구스타보 아드리안센 총리 탄핵 추진을 발표했다.
<연합뉴스>